'겨울왕국' VS '셜록', 더빙의 극과 극 시선 '선택이 어려워?'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2.07 15: 04

최근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과 영국드라마 시리즈 '셜록3'는 국내 성우의 더빙으로 화제를 모은 외국 인기 콘텐츠다. 하지만 성우 우리말 더빙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상반된 반응을 얻은 케이스이기도 하다.
'겨울왕국'은 650만명을 훌쩍 넘으며 국내 개봉한 역대 외화 흥행 8위에 오른 동력 중 하나로 더빙판과 자막판의 고른 인기가 꼽힐 정도. 어린이 관객들을 넘어 성인들도 스스럼 없이 더빙판을 선택할 정도다. 
최근 들어 애니메이션 더빙이 아이돌 그룹 멤버나 개그맨의 인기에 편승하는 일이 잦았지만 '겨울왕국'은 당당히 정통 성우를 기용했다. 전문 성우진과 뮤지컬 배우들이 더빙 라인업을 완성, 엘사 역에는 성우 소연이 목소리를 연기를, 뮤지컬 ‘위키드’에 출연한 배우 박혜나가 노래를 담당했고, 안나 역에는 성우 박지윤이 목소리 연기와 노래를 했다. 크리스토프 캐릭터는 장민혁이 목소리 연기를, 뮤지컬 배우 정상윤이 노래를 불렀다. 

더빙 버전은 오리지널 자막판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얻으며 국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노래의 경우 원곡과 비교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었지만, 한국어 더빙 버전 OST의 음원과 음반은 정식 발매될 정도로 인기다.
반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영국 TV드라마 시리즈 '셜록'은 더빙으로 몸살을 앓았다. '셜록3'의 첫 에피소드 '빈 영구차'가 지난 1월 KBS 2TV에서 방송된 후 일부 시청자들의 혹평을 얻은 것이다. 이에 현직 성우가 자신의 트위터에 격앙된 어조의 글을 남겨 논란을 키우기까지.
우리말 더빙은 공영방송인 KBS에서 전연령과 계층을 배려한 것이지만 해당 성우는 "요즘 누가 외화를 더빙으로 보냐?"는 소리를 듣고 "내가 본다"라고 받아치는 진풍경까지 연출해야 했다.
이해는 간다. '셜록'은 주연배우인 영국 출신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워낙 독특하고 좋은 목소리의 소유자이기에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셜록' 감상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그의 영국식 발음과 속사포 대사, "놉(Nope)!" 이라고 말 할 때 만들어지는 특유의 입술 마찰과 공기음까지. 이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사실 자막판을 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둘 다 따지고 보면 '선택'의 문제다. '겨울왕국'의 경우에는 자막판과 더빙판이 있고, '셜록3'은 더빙판이 보기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었다. 해당 성우의 "요즘처럼 원어판 구하기 쉬운 세상이 어디 있냐"는 말처럼 자막판을 보고 싶으면 그것을 구하고 더빙판을 외면하면 된다. 더욱이 '셜록3'의 방송같은 경우 배우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다는 시청자들을 위해 더빙판과 음성다중 기능으로 우리말 자막을 삽입한 원어판을 함께 방송했다. 물론 이 감상이 원할하지 못한 TV 환경이면 어쩔 수 없었지만.
'셜록' 자막판에 대한 일종의 비호감은, 더빙에 대한 닫힌 시각에서 비롯된다. 더빙은 단순히 목소리를 입히거나 원작의 모사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더빙은 새로운 창작물에 가깝다. 더욱이 더빙 외화의 경우에는 빠르게 흘러가는 자막으로 인해 놓쳐버린 것들, 배우의 표정과 연기, 화면의 미장센 등을 더욱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겨울왕국' 더빙판의 경우에는 애니메이션라는 콘텐츠적 특성에 더해 더빙이 국내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창작물이란 인식이 통했던 것 같다. 국내 성우-뮤지컬 배우들이 원작 못지 않게 잘 만든 작품이란 점이 기분을 더욱 으쓱하게 만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셜록'의 경우에는 더빙이 새로운 창작임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사실 이것은 '셜록'만의 문제는 아니기도 하다. 더빙 외화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되며 이와 함께 전문 성우들의 입지가 날이 갈수록 좁아지는 듯한 분위기인데, 더빙에 대한 시각을 좀 더 다르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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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셜록3'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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