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가 더 기대된다".
한화 새 외국인 좌완 투수 앤드루 앨버스(29)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앨버스는 지난 4일 일본 오키나와에 도착한 뒤 5일부터 한화 스프링캠프 합류했다. 지난해 후반기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인상적인 피칭으로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있던 앨버스는 빅리그의 꿈을 접고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결정했다. 그는 벌써부터 "안녕하세요"라며 한국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눈이 나쁘지 않지만 평소 안경을 쓰고 다니는 그는 마치 공대생 이미지였다. 다음은 앨버스와 일문일답.
- 한화에 입단한 기분은 어떤가. 한국행을 결정한 이유는.

▲ 여러 사람들이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 한국행을 결정한 데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한화 구단에서 나를 적극적으로 필요로 했고, 나 역시 다른 해외 리그에서 경험을 쌓고 도전을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한국행을 결정했다.
- 오키나와 입국 첫 날 장시간 비행에도 정장 차림으로 찾아와 코칭스태프에 인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처음 온 만큼 좋은 인상을 주고 싶었다. 어디를 가든 처음이라면 갖춰 입으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아직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데 어느 곳에서든 상대 문화를 존중하며 배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새로운 곳에 온 만큼 선수들과 더 친해지기 위해 다가설 것이다.
- 스스로 어떤 투수인지 소개를 하자면.
▲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컷패스트볼이 내가 던지는 공이다. 패스트볼로는 포심과 투심을 모두 던지는데 상대 타자 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던진다. 몸쪽을 붙일 때 포심을 주로 사용한다. 무엇보다도 난 커맨드가 좋고, 다양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제구 만큼은 경쟁력있다고 자부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한국에서도 제구가 좋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
- 그 말대로 제구가 아주 좋은 투수인데 비결이 있나.
▲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공을 원하는 곳으로 던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이 빠르면 좋겠지만 그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늘 하던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 지난해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부터 인상적인 피칭을 했는데 미련은 없는가.
▲ 미네소타가 비시즌 동안 몇몇 투수를 영입했고, 내가 다시 메이저리그로 올라가기에는 어려운 시즌이었다.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대한 큰 미련은 없다. 미네소타는 내게 기회를 준 구단이고, 많은 것을 배웠다. 미련이 남기보다는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 상당히 배려를 잘 해준 팀이다.
- 현역 빅리거가 왔다는 사실에 기대하는 팬들이 아주 많다.
▲ 팬들이 기대하는 것도 있지만 나 스스로가 더 기대된다. 팬들도 그렇겠지만 나도 늘 이기고 싶은 마음이다.

- 어릴 때 자신에게 영감을 준 선수로는 누가 있나.
▲ (캐나다 출신이라)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아주 좋아했다. 특히 1991~1992년 토론토가 월드시리즈를 우승할 때 로베르토 알로마와 조 카터가 기억에 난다. 투수로는 탐 글래빈과 제이미 모이어가 내 롤모델이었다.
- 공을 던지는 건 왼손인데 타격은 오른손으로 하는 좌투우타인데.
▲ 어릴 때부터 그렇게 해왔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습관처럼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제는 이게 편하다.
- 2009년 토미존 수술 이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방출되는 등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 기대한 만큼 잘 되지 않아 실망스러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더 이상 던질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간 곳이 독립리그였다. 기회를 찾기 위해 그곳으로 갔고, 반드시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독립리그에서 훈련하며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내게는 독립리그가 하나의 기회였고, 내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시간들이었다.
- 언제부터 지금 투구 스타일을 갖췄나. 중점을 두는 부분은 뭔가.
▲ 토미존 수술과 관계없이 구속보다는 내 스타일대로 던져왔다. 빠른 공보다는 낮게 낮게 코너워크하는 게 중요하다. 선발투수로 매경기 5이닝 이상 던지는 것에 중점을 준다.
- 빠르지 않은 공에도 탈삼진 능력이 좋은 편인데.
▲ 특별한 비결은 없고, 내가 늘 해오던 대로 성실하게 훈련한 결과다. 선발등판 전날 상대 타자를 분석한다. 내 방식대로 집중한 게 도움이 됐다.
-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이미지로 남고 싶나.
▲ 팬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앨버스하면 '참 괜찮은 선수였다'고 기억됐으면 한다. 한화 이글스에서 좋은 기회를 얻었고, 한화 팬들도 '우리팀에 앨버스라는 좋은 선수가 있었다'는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 김응룡 감독은 10승 이상을 기대하는 목표 수치는.
▲ 목표 승수를 정하기보다는 매경기 항상 건강하게 던지는 것이 우선이다. 삼진을 몇 개 잡는다든가 몇 이닝을 던지는가 하는 것보다 몸 관리부터 잘해야 한다.
- 스스로가 생각하는 한국에서의 성공 조건은 무엇인가.
▲ 한 시즌이 끝난 뒤 발전했다는 것을 느끼면 성공이다. 매경기마다 발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승과 패라는 결과는 매경기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잘 던져도 상대가 더 호투할 수도 있고, 내가 못 던져도 타선의 도움을 받아 승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순간 내가 할 것에 집중하는 건 다른 문제다. 시즌 후 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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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