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 “내 피 속에 깐족 DNA가 흐르고 있죠”[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4.02.08 10: 44

누군가의 비난이 논리적이지 않고 터무니없다고 보거나 듣지도 않고 튕겨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비난을 모두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자양분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방송인 전현무는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
아나운서에서 프리랜서로 선언한 지 이제 1년 4개월. 1년이 조금 넘은 지금 전현무는 자신만의 진행 스타일을 확고히 했다. 강호동, 유재석, 이경규, 신동엽, 김구라가 예능프로그램들을 꽉 잡고 있는 가운데 그의 성장은 분명 괄목할만하다. 강호동 하면 ‘스타킹’, 유재석 하면 ‘무한도전’, 이경규 하면 ‘힐링캠프’, 김구라 하면 ‘라디오스타’가 단번에 생각나듯 이제 전현무하면 생각나는 대표 예능프로그램이 생겼다.
바로 JTBC ‘히든싱어’다. 이제 전현무 없이는 ‘히든싱어’를 생각할 수 없다. 전현무는 ‘히든싱어’ 시즌1과 시즌2를 이끌면서 ‘히든싱어=전현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그러나 사실 전현무는 ‘히든싱어’ MC 제안을 받았을 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개국 1주년 특집으로 2회만 파일럿 프로그램 형태로 준비됐던 ‘히든싱어’는 모창자들의 대결로 마치 명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 같았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기대는 안 했어요. 기대를 안 하고 녹화했는데 깜짝 놀랐어요. 김경호 편 녹화했을 때 성질이 났어요. 누가 원조가수인지 어려워서요. 어려우니까 재미있더라고요. 뻔하면 재미없었을 텐데 변별력이 생기다 보니까 괜찮겠더라고요. 김경호 편이 8번 재방송 됐는데 시청률이 1%가 넘었어요. 당시 종편 시청률로는 엄청났죠. 그때 ‘히든싱어’의 잠재력을 확인했죠.”
장윤정 편이 처음으로 시청률 4%대에 진입했고 제작진은 ‘기적’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전현무와 제작진 모두 자신감이 붙었다. ‘히든싱어’는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냈고 시즌2 파이널 무대 방송 시청률은 9.1%(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제외 기준)를 기록했다. 종편 예능프로그램으로서는 최고의 시청률이었다.
“체감으로는 시청률 20%였어요. 지상파 예능도 6~7% 나오는데 앞으로도 이런 시청률은 쉽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히든싱어’를 종편 대표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게 하는 데는 전현무의 ‘깐족’ 진행이 큰 역할을 했다. 전현무는 ‘히든싱어’를 통해 자신의 ‘깐족’이라는 진행스타일을 더욱 강화했다.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것이 제 전공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일반 MC가 될 수 있죠. 그 점을 늘 경계했어요. 진행과 동시에 저만의 색깔을 갖고 싶었어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는 많아요. 진행만 잘해서는 야생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색깔을 입혔죠. 필요 이상으로 깐족대고 밉상처럼 보이도록 한 게 있어요. ‘이래도 되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했는데 ‘히든싱어’ 시즌2에서는 더 깐족댔어요. 제 피안에 깐족 DNA가 원래 있었고 예능이니까 그런 성격을 더 극대화했어요.”
‘히든싱어’에서 전현무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최종우승자를 발표하기 전에 꼭 광고보고 오겠다는 말로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시청자들의 짜증 지수를 더욱 높였던 건 전현무가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를 다양하게 깐족대며 말한 것. 그분명한 건 짜증은 났을지언정 그가 밉지는 않았다. ‘히든싱어’의 재미와 긴장감을 살리는데 톡톡히 역할을 했기 때문.
무엇보다 전현무는 이 말을 매번 똑같이 하지 않고 전체적인 녹화 분위기를 보고 그 분위기에 맞춰 말했고 이외의 여러 애드리브도 마치 신들린 듯이 했다. 생방송 파이널 무대에서 최종우승을 차지한 휘성 모창자 김진호가 울고 있자 “울지마 바보야”라고 휘성의 ‘가슴 시린 이야기’ 가사를 말하는가 하면 ‘용접공 임창정’ 조현민의 노래를 듣고 객석에 있는 임창정에게 “임창정 씨가 용접만 배우면 똑같다”고 재치 있게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이 모든 것, 전현무가 사전에 준비한 애드리브가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바로 나온 애드리브였다. 전현무는 신들린 애드리브가 가능했던 건 전현무와 ‘히든싱어’의 궁합이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로 튀어나온 거예요. 저도 놀랐어요. 순간순간 그렇게 애드리브를 해요. 프로그램과 나의 궁합이 안 맞으면 애드리브가 떠오르지 않는데 잘 맞으면 애드리브가 잘 나와요. ‘히든싱어’가 저에게는 그런 프로그램이에요. 전 미리 애드리브를 준비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전현무가 다른 MC들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분석하고 공부하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많은 예능프로그램 보고 분석했지만, 이제는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영향을 받기 때문.
“나만의 것이 없어져요. 예전에는 모니터링을 열심히 했는데 이젠 예능프로그램을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죠. 분석하면서 보면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고 그게 내가 진행을 하는데 있어 방해되고 결국 아류가 되죠. 나만의 것을 해야 해요.”
전현무는 예능을 예능프로그램이 아니라 영화를 보며 배운다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했다. 그것도 반전영화다. 전현무는 예능의 기본은 ‘반전’이라고 말했다. 예능과 반전영화가 추구하는 건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
“오히려 저는 여유가 있을 때 영화를 봐요. 반전영화가 직접 도움은 안 되겠지만 추구하는 게 같으니까요. 예능의 꺾기가 바로 반전인 거죠. 예를 들어서 ‘머리 예쁘게 하셨네요’라고 칭찬하다가 ‘애견숍에서 하셨나 봐요’라고 반전을 주는 거죠.”
그가 노력한 만큼 대중이 모두 전현무를 ‘대단하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어떤 때는 어이없는 비난도, 어떤 때는 논리적인 비판도 한다. 그렇다고 전현무가 칭찬은 마음속에 담아두고 비난과 비판은 저 멀리 날려버리는 사람은 아니다. 자신의 기사가 나오면 댓글까지 꼼꼼히 보는 스타일이다.
“댓글을 기본 100개는 봐요. 댓글을 최신순으로 보는 게 아니라 호감순으로 해놓고 보죠.(웃음) 하지만 악플을 안보는 건 아니에요. 베스트 댓글에 있는 걸 보면 항상 좋은 얘기만 있는 게 아니라 비난과 비판이 있을 때도 있죠. 그럼 그게 여론인 거예요. 기분 나쁘지 않고 반성해요. 그렇게 여론이 모이는 건 참고해요. 극히 일부 의견이라고는 하지만 공감이라고 클릭한 사람들은 그 댓글에 동조했다는 얘기니까요.”
프리선언 후 열심히 지상파, 케이블, 종편을 종횡무진하며 열심히 달려온 그에게도 불안감은 있다. 매달 착실하게 월급이 나오는 회사의 직원이 아닌 만큼 불안함이 있지만 그것이 안일함에 순간순간 자극을 주는 불안함이다. 그런 불안함 속에서 전현무가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있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좋아하는 MC가 되고 싶어요. 꼭 1인자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TOP10 안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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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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