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종서와 거미가 지난 8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에 처음으로 출연했다. 굵직한 가수 활동 경력을 가진 두 사람은 내공이 느껴지는 임팩트 강한 무대로 '불후의 명곡'의 역사를 썼다. 전설이라도 해도 아깝지 않을 이름들이다.
김종서는 데뷔 30년 차를 바라보고 있다. 그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가수들이 전설로 '불후의 명곡' 객석에 앉았던 것과 달리 그는 무대를 선택했다. 실제 전설로 섭외를 받은 적이 있다는 김종서는 "나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부족하다"며 신인과 다름 없는 태도를 보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래를 불렀고, 무대에 집중했다.
김종서는 주현미의 곡 '눈물의 부르스'를 불러 명곡판정단으로부터 442표를 받았다. 가수 정동하가 세운 439표가 최고 기록이었던 '불후의 명곡'에 4개월 만에 새 기록이 만들어졌다. 투표 결과에 MC들은 매우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은지원, 정재형, 문희준은 "오늘 녹화 다한 것 같다. 다음에 뵈면 되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김종서의 무대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였다. 그는 전공 분야인 록을 비롯해, 재즈,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를 곡에 녹였다. 보이그룹 라쿤보이즈의 민석, 색소폰 연주자와 호흡을 맞추며 버라이어티한 무대를 만들었다. 김종서의 무대가 끝나자 출연자 전원이 자리에서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주현미 역시 "끝나자마자 무대로 튀어나갈 뻔했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김종서에 이어 거미가 무대에 올랐다. 거미 역시 김종서와 마찬가지로 이 무대가 '불후의 명곡'에 입성하는 자리였다. 긴장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거미는 주현미의 노래 '추억으로 가는 당신'을 열창했다. 화려한 무대 구성대신 목소리에 집중한 단조로운 흐름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가진 힘은 대단했다. 불과 10여 분 전 김종서가 세운 기록을 깨며 445표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동시에 '불후의 명곡' 주현미 편 최종 우승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김종서와 거미는 진지하게 무대에 집중했다. 어떤 화려한 퍼포먼스로 만들어질 수 없는 아우라가 이들의 노래에 담겨 있었다. 거미는 호소력 짙은 보이스로, 김종서는 강렬한 록에 트렌디한 감성을 더한 매력적인 무대로 몰입도를 높였다. 타인의 노래도 자신의 것처럼 소화하고, 이를 통해 감동을 주는 두 사람의 모습은 굳이 '전설'이라는 명명이 없어도 이미 '전설'이나 다름없었다.
이날 '불후의 명곡'은 주현미 편으로 꾸며졌다. 보컬그룹 V.O.S가 '또 만났네요'를 부르며 코믹한 무대를 선보였으며, 데이브레이크는 '신사동 그 사람'을 열창하며 달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보이그룹 틴탑의 니엘은 여성 댄서와 섹시 댄스를 소화하며 주현미의 곡 '짝사랑'을 재해석해 눈길을 끌었으며, 보이그룹 샤이니의 태민은 '잠깐만'을 부르며 깃털처럼 가벼운 움직임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가수 조장혁은 애절한 목소리로 '비 내리는 영동교'를 불러 관객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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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