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 엄친딸은 편견이었다. 아나운서들이 웬만한 예능인들 못지 않은 입담과 재주로 주말극장 안방을 초토화시켰다. 남부러울 것 없이 똑똑하고 잘난 줄만 알았더니 대놓고 망가지거나 어설픈 빈틈도 드러낸다. 한층 친근하다.
9일 방송된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이하 세바퀴)에서는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중계를 앞둔 MBC 아나운서들이 대거 출연했다. 돈독한 선후배들이 자리한 이날 방송에서는 김완태 김정근 김대호 허일후 박연경 이재은 이진 김초롱 등 아나운서들의 다양한 끼와 재치 입담 대결이 벌어졌다.
프리를 선언하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약하는 아나운서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중 사이에서는 여전히 '아나운서' 하면 좋은 집안에 지성을 갖춘 교양 넘치는 직업이란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김성주, 전현무, 오상진 등 대표적인 아나테이너들이 결국엔 프리 행보를 걸으며 자기 영역을 확보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나운서가 갖는 대중적 이미지는 늘 반듯하고 정돈된 느낌이다.

그러나 이날 '세바퀴'는 이러한 편견(?)을 완전히 날려버릴 만한 아나운서들의 맹활약으로 장식됐다. 평소 유쾌한 인상의 소유자인 김완태 아나운서는 고참의 위치에도 불구하고 MC들과 게스트들의 구박과 디스를 당하며 노련하게 응수했다. 개인기를 하다 피까지 봤을 정도. 김정근, 김대호 아나운서 등은 의외의 허당 매력을 뽐내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각인했다.
이진 이재은 박연경 등 여자 아나운서들 역시 똑 부러지는 도도한 이미지를 털어내고 과거 생방송 실수담을 포함한 스스로의 '구멍'을 고백,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단정한 정장을 빼입고 뉴스를 전하는 틀에 박힌 이미지를 깨부수고 예능 프로그램 스튜디오에 나와 게임을 하고 뿅망치로 얻어맞거나 어설픈 콩트 연기에 도전하는 이들의 모습은 신선했다. 이미 많은 아나테이너들이 개그맨 뺨치는 입담과 장기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 왔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뉴페이스들의 예능 활약은 보고 또 봐도 신선하고 유쾌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김정근 아나운서 생각지도 못한 매력이!", "김완태 아나운서님 프리로 나가시면 잘 나가실 듯", "소치 중계도 이 사람들 덕분에 재미있을 듯! 완전 웃겨",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웃길 줄도 아시네요" 등과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토록 끼가 많은데 어찌 프리 고민을 안할 수 있을까. 호감형 외모에 깨알 같은 센스, 의외의 끼까지 갖춘 아나운서들의 향후 활약상에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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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