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숨을 쉬는 것 같더라."
심한 독감이었다. 마스크를 낀 채 전 경기를 소화해야 했다. 그러나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면서 8개월만에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지난 시즌 다승왕 한지훈(26, 콜마)이 시즌 2승에 성공했다.
한지훈은 9일 경기 시흥 화인비전스크린 골프존비전 시스템의 파인비치CC(파72, 5866m)에서 끝난 2013-2014 kt금호렌터카 WGTOUR 윈터시즌 4차 대회(총상금 5000만 원) 2라운드에서 버디 10개, 보기 2개로 8언더파를 기록, 최종합계 11언더파 133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챔피언십을 앞두고 여러 의미가 있는 우승이었다. 우선 시즌 두 번째 WGTOUR 우승에 성공한 한지훈은 우승상금 1000만 원을 보태 이순호(3368만714원)에 이어 시즌 상금랭킹 2위(2666만833원)로 올라섰다. 챔피언십에서 상금왕까지 넘볼 수 있게 됐다.
또 지난 시즌 3승을 포함해 통산 5승째를 올렸다. WGTOUR 통산 최다승에 이름을 올린 순간이다. 지난 6월 열린 시즌 개막전 썸머시즌 1차전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 부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한지훈은 이번 윈터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올랐다. 8개월만에 맛본 우승 감격이었다.
한지훈은 대상포인트 순위에서도 이순호(157점), 최예지(139점)에 이어 3위(121점)로 뛰어올랐다. 마지막 챔피언십 결과에 따라 전관왕도 가능하게 됐다.
마스크를 쓴 채 경기를 치러야 했던 한지훈은 경기 후 "우승하려니 별걸 다한다. 숨을 머리로 쉬는 줄 알았다"며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모든 것 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침없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8개월만에 우승을 해서 기분이 좋다. 컨디션도 좋았지만 독감 때문에 욕심도 없었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 모두 3차례에 걸쳐 13종류의 링거액을 맞았다"는 한지훈은 "최고 좋은 것은 돈이 필요할 때, 가장 힘들 때 우승한 것"이라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전날 3언더파로 공동 8위에서 경기를 시작했던 한지훈이다. 이날 2~6번홀에서 5연속 버디로 상승세를 이어가던 한지훈은 후반 라운드에서도 버디 5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12번홀과 17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막판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17번홀 부진은 전날 한순간 무너졌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한지훈은 5언더파로 순항하던 전날 15번홀에서만 2타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7번홀을 보기로 막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먼저 경기를 마친 채 다른 룸의 경기를 지켜보며 가슴을 졸여야 했던 한지훈은 "우승할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2번 범한 보기 때문에 우승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끝나고 나서도 선두였기에 포기 안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다른 선수들이 빨리 좀 끝내주길 바란다"고 웃었다.
그동안의 부진에 대해서 "너무 조급했다"는 한지훈은 "지난 시즌 잘했기 때문에 올 시즌 더 잘할 줄 알았다. 날 다그치기도 하고 집착하기도 했다"면서 "마음을 비우니까 우승이 오더라"라고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지훈은 오는 3월에 있을 시즌 최종전인 챔피언십 각오에 대해 "다시 내가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 두 달(4, 5월)을 편히 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면서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는 최예지를 넘어서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뚜렷한 목표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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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