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노선영, 첫 번째 좌절에도 金빛 희망 꿈꾸는 이유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2.09 23: 06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 첫 번째 메달 레이스가 좌절로 끝났다면, 두 번째 메달 레이스는 그들에게 성공으로 기다릴 것이기에.
한국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대표팀이 이틀 사이에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간판스타 이승훈(26, 대한항공)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경기서 6분25초61의 기록으로 12위에 머물렀다.
200m 구간에서 19초19로 시작한 이승훈은 1400m 구간에서 29초의 랩타임을 기록하며 치고 나가는 듯 했으나 이후 좀처럼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난조를 보이며 '장거리 황제' 1위 스벤 크라머에 14초85 뒤처진 기록으로 12위를 기록했다.

애초에 금메달은 크라머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평소 이승훈이 보여주던 레이스가 아니었던데다 예상하던 한 자릿수가 아닌 두 자릿수 등수라는 점이 충격이었다. 이승훈 본인도 "죄송합니다" 한 마디만을 남기고 믹스트존을 떠났을 정도로 심적 충격이 컸다. 하루가 지난 9일 연습을 위해 아들레르 아레나에 나선 이승훈은 현지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며 "크라머의 우승은 예상했지만, 2, 3위 선수의 기록은 예상보다 저조해 자신감이 있었다"고 되짚어 자신이 받은 충격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지막 조에서 달리게 되면서 여유를 잃었던 것이 패인이었다. 올림픽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부담감도 이승훈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은 이겨냈어야하는 부분"이라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승훈은 쉽게 좌절하지 않았다. 아직 남은 '성공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사상 첫 메달을 꿈꾸는 팀 추월이다.
이승훈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 시작 전부터 팀 추월에 대한 강한 열의를 보여왔다. "팀추월이 가장 자신있다. 혼자 메달을 따는게 아니고 후배들과 같이 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라며 "자신도 있고 잘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운 이승훈은 남아있는 10000m와 팀 추월에서 좌절 대신 또다른 성공을 꿈꾼다.
9일 같은 장소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노선영(25, 강원도청)도 아쉬움이 남기는 마찬가지였다. 노선영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4분19초02의 기록으로 25위에 머물렀다. 당초 메달을 기대한 종목은 아니었지만, 골육종으로 투병하고 있는 동생 노진규(22, 한국체대)에게 메달을 선물하고자 했던 노선영에게는 안타까운 결과였다.
부상으로 인해 올림픽 꿈이 좌절된데다 골육종까지 겹쳐 고통받고 있는 동생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하지만 속 깊은 동생은 "선물로 메달이나 따오라"고 누나를 격려했다. 노선영은 오는 21일 열리는 팀 추월에서 동생에게 메달을 안겨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맞이한다. 첫 번째 좌절에도 불구하고 노선영이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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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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