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앤캐시의 비상, 연료는 ‘자신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2.10 07: 57

“자 잘 들어, 마지막까지 전략 서브 넣지마. 실수해도 내가 책임져. 하나도 안 들어가도 상관없어. 무조건 패.”
김세진 러시앤캐시 감독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그 목소리에 러시앤캐시의 젊은 선수들은 눈빛을 고쳤다. 긴장은 사라지고 자신감이 채워졌다. 그렇게 자신감을 찾은 러시앤캐시는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그것도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즐비한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를 상대로였다. 감독의 말대로 결과야 어찌되든 공을 쪼개듯 때렸다. 9일 대전충무체육관 3세트 막판에 있었던 일이다. 이날 러시앤캐시는 삼성화재를 3-0으로 완파하는 작은 이변을 연출했다.
러시앤캐시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이 정도면 태풍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1라운드에서 전패하며 ‘동네북’ 신세였던 그 팀이 아니다. 확 달라졌다. 시즌 초반 코트에서 얼어붙었던 선수들의 몸놀림이 천천히 녹으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 사이 성적도 급상승 중이다. 아직 6위에 머물고 있지만 어느덧 승점(26점)은 4위 대한항공(승점 32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분명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인기몰이도 시작됐다.

선수 구성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선수 그대로다. 하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시즌 초반 러시앤캐시는 신생팀의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량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자신감이 없어 몸이 굳었다. 부정적인 생각도 많았다. 하지만 한 경기씩을 치르면서, 그리고 승리가 쌓이면서 ‘해볼 만하다’, ‘이길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선수들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먼 팀임을 생각하면 승점 이상의 귀중한 소득이다.
올 시즌 처음으로 감독직을 맡은 김세진 감독부터가 과감한 지시로 선수단을 이끈다. 자신감 있게 경기에 임하면 그 다음은 감독이 책임진다. 적어도 후회할 일은 남기지 말자라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어차피 잃을 것이 많지 않은 팀이기도 하다. 살벌한 순위다툼에서 러시앤캐시만이 누릴 수 있는 큰 장점이다.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팀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김 감독은 9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승인에 대해 전술이나 선수들의 컨디션을 논하지 않았다. 승인이 있다면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생각보다 공격적으로 했던 것이 통했다”라고 짚으면서 “우리는 어느 팀과 붙어도 질 팀이다. 이길 수 있는 팀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신감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소신을 드러냈다.
물론 보완점은 여전히 많다. 김 감독은 “잘하는 날은 다 좋은데 안 되는 날이나 박빙 승부에서는 생각이 많아진다”라고 했다.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시쳇말로 깨지면서 배워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들의 한계에 도전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것은 분명하다. 김 감독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 뿐이다. 신뢰가 깨지지 않는 부분을 염두에 두고 경기를 운영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방향을 설명했다. 그 올바른 방향성 속에 러시앤캐시가 남자부 최고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