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워지는 듯 했지만 역시 시즌 전 예상했던 대로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위권이 두껍다. 포스트시즌 진출팀의 향방에도 다시 안개가 자욱하게 드리워졌다.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싸움에 이제는 LIG손해보험까지 끼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질 조짐이다.
4라운드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V-리그 남자부 순위표가 요동치고 있다. 분명 한 달 전과 비교해 순위는 비슷한데 승점을 보면 사정이 다르다. 10일 현재 선두 삼성화재(승점 51점)와 2위 현대캐피탈(승점 47점)은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다. 두 팀 사이의 선두 다툼만 남았다. 나머지 한 자리가 문제다. 우리카드(승점 35점)가 주춤하는 사이 대한항공(승점 32점), LIG손해보험(승점 29점)이 나란히 치고 올라왔다.
세 팀은 한 경기 승패에 따라 서로 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5라운드에 들어서면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뀌는’ 양상이 펼쳐질 공산도 커 보인다. 3·4위의 승점차가 3점 이내일 때 성사되는 단판 준플레이오프 개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치열한 기세 싸움이 예상되는 이유다.

우리카드가 승점에서 앞서 있기는 하지만 대한항공과 LIG손해보험의 상승세가 무섭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승부는 원점에서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서로 장·단점이 있어 더 예상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순위 다툼을 벌이는 팀들이야 피가 마르지만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흥미는 배가될 수 있는 여건이다. 그 중에서도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LIG손해보험의 상승세가 주목받고 있다.
시즌 초반 김요한의 부상이라는 대형 악재 속에 비틀거렸던 LIG손해보험이다. 외국인 선수 에드가가 분전했지만 홀로 경기를 책임질 수는 없었다. 그러나 김요한이 복귀 후 정상 컨디션을 찾아가면서 양쪽의 날갯짓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성적으로 이어진다. LIG손해보험은 최근 러시앤캐시, 한국전력을 잡으면서 서서히 팀 컨디션을 끌어올리더니 9일에는 현대캐피탈에 짜릿한 3-2 역전승을 연출하며 3연승을 내달렸다.
김요한의 맹활약은 분명 의미가 있다. 아무래도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탓에 공격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김요한은 최근 서서히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9일 현대캐피탈전에서는 61.11%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26점을 올렸다. 3세트부터는 펄펄 날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김요한이 살아나자 에드가에 대한 견제가 허술해졌고 에드가도 부담을 덜고 강스파이크를 터뜨릴 수 있었다. 선순환이자 LIG손해보험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물론 LIG손해보험은 서브리시브를 비롯한 수비 문제, 2단 연결 등 세밀한 부분에서 다소간 아쉬움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날개 공격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어차피 공격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팀 컬러다. 팀 내에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이 몇몇 있지만 이제는 투지를 보여줘야 할 때다. LIG손해보험은 오는 13일 선두 삼성화재와의 경기를 통해 상승세 연장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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