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이다. 겨우 내내 정상적인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땀을 흘렸던 임창용(38, 시카고 컵스)이 본격적인 출발점에 선다. 시카고 컵스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메이저리그(MLB) 로스터에 들기 위한 경쟁에 들어간다.
지난해 말 컵스로부터 논텐더 방출 통보를 받았던 임창용은 따뜻한 괌에서 차분하게 몸을 만들어왔다. 방출 통보에 휘둘릴 이유는 없었다. 여전히 컵스가 임창용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고 스프링캠프 초청 조건도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임창용은 그 스프링캠프에 모든 시계를 맞춰놓고 몸 상태 끌어올리기에 전력을 다했다. 이제 캠프에서 컵스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찍는 일만이 남았다.
컨디션은 좋다. 지난해 70~80%의 컨디션으로 MLB 마운드에 섰던 임창용이다. 재활 후 마운드에 다시 섰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었지만 어쨌든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겨울 동안 착실히 운동을 하며 털어냈다. 괌에서 훈련하던 1월 당시 임창용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당장 공을 던져도 될 상태”라고 자신했다. 몸 상태만 정상적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임창용이다.

아직 로스터 진입을 확신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 컵스의 40인 로스터에 임창용의 이름은 없다. 당초 컵스는 14명의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명단을 발표했는데 임창용과 최근 계약한 제임스 맥도날드가 스프링캠프에 추가로 합류한다. 둘을 합치면 초청선수 명단에도 올해 컵스와 마이너 계약을 한 와다 쓰요시를 비롯해 투수가 11명이나 된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것이 당면과제다. 다만 임창용이 정상 컨디션만 발휘한다면 크게 어려운 상대들은 아니다. 지난 2006년 데뷔해 MLB에서 194경기에 나선 조나단 산체스, 그리고 최근 계약을 맺은 제임스 맥도날드 정도가 MLB 경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선발 요원으로 분류되고 있어 임창용의 직접적인 경쟁자들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지난해 함께 뛰었던 동료들과 다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컵스는 지난해 팀 뒷문을 지켰던 케빈 그렉이 빠져 나갔다. 페드로 스트롭과 호세 베가스 등이 마무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그 외 우완 불펜 요원으로는 카를로스 빌라누에바, 헥토르 론돈, 블레이크 파커와 같이 지난해 컵스 불펜을 이뤘던 선수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보통 불펜 요원이 7~8명 배정된다는 점을 고려, 팀에 필요한 좌완까지 합치면 임창용으로서는 이들 중 최소 1~2명은 제쳐야 비교적 안정적인 출전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름 복귀를 목표로 재활하고 있는 후지카와 규지까지 생각하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경쟁이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뒤떨어질 경우 마이너리그 생활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앞으로 약 40일 가량의 남은 기간 동안 확실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어찌됐건 임창용은 지난해 막판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기억까지 싹 지울 수 있는 강한 임팩트도 필요하다. 전력질주가 필요한 시기고 임창용도 이에 대비해 몸을 만들었다. 임창용이 다시 출발점에 선 가운데 컵스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는 오는 14일 투·포수조가 집합하고 19일 전체 선수들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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