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없으면 잇몸? 경쟁으로 '새 이' 나는 두산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2.10 13: 28

두산은 새 시즌을 앞두고 전력 손실이 가장 큰 팀이다.
FA가 된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을 모두 빼앗겨 센터라인에 설 2명과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릴 장타력을 갖춘 타자를 잃었고, 강한 어깨로 팀의 외야를 견고하게 했던 임재철, 베테랑 투수 김선우는 라이벌 LG로 갔다. 특히 2차 드래프트에서는 임재철과 김태영(개명 전 김상현)을 비롯한 즉시전력감 및 유망주 5명이 팀을 떠나는 악재가 겹쳤다.
하지만 우승이라는 목표는 변함이 없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도 삼성을 위협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두산의 선수층은 여전하다. 클린업을 형성할 김현수와 외국인 타자 호르헤 칸투, 홍성흔을 제외한 전 포지션이 모두 경쟁 체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외야를 살펴보면 이종욱과 임재철의 공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팀에 비해 약하지 않다. 김현수가 좌익수 위치에 고정된다고 보면 중견수와 우익수를 놓고 정수빈, 민병헌, 박건우, 장민석이 경쟁하는 구도다. 여기에 1군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된 오현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현근은 지난해 퓨처스리그 63경기에서 타율 .283에 삼진(22개)보다 많은 볼넷(29개)으로 .380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빠른 발과 타석에서의 끈질긴 면이 있는 선수다.
내야는 경쟁이 더 치열하다. 칸투와 오재원, 이원석이 각 베이스를 책임지고 김재호가 유격수로 나서는 것이 기본 틀이지만, 각 포지션마다 3:1의 경쟁체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루에는 오재일과 제대한 유망주 김강이 대기하고 있고, 2루에는 부활을 선언한 고영민이 있다. 또한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허경민, 최주환, 양종민, 최영진 등을 번갈아 기용하면서 여러 포지션의 구멍을 메울 수도 있다. 김동주까지 1군 가용전력이 된다면 플러스 요인이 하나 더 생긴다.
'포수 왕국'의 전통을 이어온 팀답게 안방의 위기도 경쟁으로 극복할 계획이다. 박세혁이 입대하고 최재훈이 개막 엔트리에 합류할 수 없지만 최재훈이 오기 전까지 김재환과 윤도경, 장승현 등이 버텨주며 양의지를 돕는다면 심각한 문제는 없다. 윤도경은 1군 경험이 적지만 수비가 안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강한 어깨와 배팅 파워를 갖췄고, 다시 마스크를 쓰는 김재환은 타격에서 성과를 낼 경우 포수가 아닌 포지션으로도 기용이 가능하다. 더불어 포수 출신인 송일수 감독의 혜안이 발휘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선발진은 크리스 볼스테드의 합류 외에 큰 변화는 없다. 더스틴 니퍼트와의 외인 원투펀치가 정상 가동되면 노경은, 유희관, 이재우 등과 함께 이룰 선발 마운드는 탄탄하다. 불펜도 돌아온 이용찬이 마무리로 다시 자리를 잡는다면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많은 부분이 확정된 선발에 비해 불펜은 1군 엔트리 경쟁이 비교적 뜨거운 편이다. 젊은 투수들이 기존 투수들의 틈을 파고드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면 삼성, LG, 넥센 등 우승 후보들과 펼칠 포스트시즌에서도 경쟁력이 생긴다.
김경문 감독 시절부터 두산은 '화수분 야구'라는 듣기 좋은 애칭을 갖고 있었다. 매년 새 얼굴이 1군에서 스타가 된 덕분에 아직도 이 평가는 유효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하지만, 두산은 이가 빠진 자리에 곧바로 새 이가 나는 팀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증명해왔다. 누군가는 위기라고 하지만, 남은 선수들의 경쟁을 통한 각성이 지난 시즌에 다다르지 못한 더 높은 위치까지 팀을 올려놓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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