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올해 전지훈련 분위기는 진지하다. 지난해 부진했던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을 만회하려는 선수들의 땀방울이 그 어느 때보다 굵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선수가 있다. SK의 든든한 마당쇠로 이름을 떨쳤던 우완 채병룡(32)이다.
지난달 15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SK의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의 가장 큰 수확은 선수들의 건강한 몸 상태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 많은 팀인 만큼 제 기량만 발휘한다면 그 자체로도 팀 성적 향상과 직결될 수 있다. 특히 매년 전지훈련 때마다 부상이나 재활로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던 투수들이 쾌조의 컨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채병룡이다.
SK의 영광의 역사에 숱하게 모습을 드러낸 채병룡이다. 2008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마운드에 서 있었던 선수도 바로 채병룡이었다. 선발·중간·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했다. 그런 투수가 팀에 있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었다. 하지만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문제를 해결한 이후로는 성적이 저조하다. 2012년에는 몸 상태가 늦게 만들어진 탓에 14경기 출전에 그쳤다. 절치부심한 지난해도 12경기에서 20⅓이닝을 던지며 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7.97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 그와 어울리지 않는 ‘2군’ 생활이 길었다.

확실하게 몸을 만들지 못했던 것이 시즌 성적으로 직결됐다. 여기에 팀 내 사정도 채병룡을 어렵게 했다. 롱릴리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그의 장점이 오히려 독이 된 측면이 있다. 채병룡에게 주어진 임무는 선발 투수들이 일찍 무너졌을 때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언제 출격할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열심히 몸만 풀다가 다시 불펜에 앉기 일쑤였다. 컨디션 조절이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제는 지나간 일이다. 채병룡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에는 주로 어린 선수들이 참여하는 교육리그에도 다녀왔다. 초심을 다시 찾았고 겨우 내내 차분히 훈련에 매진했다. 그 결과는 플로리다 캠프에서의 좋은 모습이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 살이 많이 빠졌다”라면서 “칼을 갈고 있다”라는 말로 채병룡의 의지를 대변했다. 그래서 그럴까. SK 1차 캠프의 투수 MVP는 김광현도, 윤희상도 아닌 채병룡이었다.
채병룡의 재기는 SK 마운드의 재기로도 이어진다. 여전히 모든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활용성을 가진 그다. 5선발 후보로 거론될 수도 있고 필승조에서 뛸 수도 있다. 안정된 제구를 갖춘 선수라 자신의 공만 찾는다면 어디에서나 믿고 쓸 수 있는 자원이다. 이만수 SK 감독도 호평을 내렸다. 이 감독은 “캠프 합류 전에 준비를 충실히 했다”라면서 “그만큼 기대가 크다”라고 MVP 선정 이유를 밝혔다. 채병룡이 돌아오고 있다. SK 마운드의 영광도 그렇게 조금씩 같이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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