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클리닝타임]감독 박경완의 새로운 ‘광저우 일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2.10 13: 28

지난해 2월. 박경완(42) SK 퓨처스팀(2군) 감독은 광저우에 있었다. 1군 선수들이 있는 오키나와에 가지 못했다. 그래서 그럴까. 그의 일기에는 그다지 긍정적인 이야기가 없었다. 마음은 1군에 있는데 그의 신분은 ‘재활선수’였다. 좀처럼 돌파구가 열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2월. 박경완 감독은 다시 광저우로 떠났다. 무대는 같다. 광저우시에 위치한 스포츠 기지촌 야구장이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신분도, 해야 할 일도, 책임감도, 그리고 야구를 바라보는 시선도 모두 달라졌다. 이제는 선수 박경완이 아닌, 감독 박경완으로서 SK의 퓨처스팀 전지훈련을 이끌기 때문이다. 캠프 계획을 설명하는 박 감독의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간다.
SK는 10일 코칭스태프 10명, 선수단 23명이 포함된 총 33명의 선수단이 광저우로 떠났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광저우에서 2군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플로리다에서 오키나와로 가지 못하는 1군 선수 6명, 그리고 15일까지 사이판에서 재활캠프를 실시하는 선수 8명을 합치면 선수만 37명의 대규모 2군 캠프다.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SK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 대규모 인원의 책임져야 하는 중책이 박 감독에게 주어졌다.

지난해 현역 은퇴와 함께 퓨처스팀 감독에 오르는 파격 인사로 관심을 불러 모은 박 감독에게도 광저우는 뚜렷하게 기억나는 무대다. 지난해 재활선수 신분으로 광저우에 머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작년에는 선수로 갔고 올해는 감독으로 간다”라고 웃으면서 “책임감이 무겁다”라고 했다.
이번 캠프에 가는 선수들은 아직 1군 경험조차 없는 이들이 많다. 취임 때부터 이들을 1군에 올리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강조한 박 감독이 큰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때문에 세심하게 캠프 일정을 짰다. 박 감독은 “몸은 한국에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첫 5일 정도를 빼고는 계속 실전 위주의 훈련을 할 것이다. 자체 청백전도 할 것”이라며 빡빡한 구상을 드러냈다.
인터뷰 말미 박 감독은 “나도 선수들과 같이 열심히 할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지난해 광저우가 주로 자신과의 싸움이 벌였던 무대라면, 올해 광저우는 자신의 첫 제자와 함께 한계에 도전하는 싸움이다. 박 감독은 당대 최고의 포수 출신이자 화려한 스타플레이어였지만 어려웠던 신인 시절도 있었고 몸이 아파 힘들었던 말년도 모두 경험한 보기 드문 지도자다. 선수들의 심정을 잘 안다. 그 선수들과 함께 뛰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게 박 감독의 각오다. 지난해와는 달리, 박 감독의 일기가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