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는 지겨워..찌질남·악당 매력에 '퐁당'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2.10 15: 02

 여심(女心)은 백마 탄 왕자만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때에 따라선 ‘찌질’하거나, 불쌍하거나 혹은 지독하게 나쁜 남자들이 더 많은 여성들의 열광을 끌어낼 때가 있다.
최근 들어 드라마 속 남성 캐릭터가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인기 남성 캐릭터는 잘생긴 외모에 부족할 것 하나 없는 조건을 가지고 여주인공을 옆을 묵묵히 지켜주는 백마 탄 왕자 캐릭터였다면, 요즘엔 거기에 색다른 성격들이 가미돼 훨씬 입체적인 인물이 완성되는 모양새다.
◆ ‘찌질’해서 더 애절한 순정남

사랑 받고 있는 ‘찌질남’의 대표 주자는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 속 황제 타환 지창욱이다. 극 중 타환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나라 최고 권력자 대 승상 연철(전국환 분)의 기세에 눌려 꼼짝달싹 하지 못하는 애처로운 인물. 무늬만 황제일 뿐 문맹에다 정치에는 털 끝 만큼의 관심도 없는 그는 기승냥(하지원 분)을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변화하기 시작한다.
방송 초반 타환 역을 맡은 지창욱은 여주인공 하지원과 더불어 드라마의 시청률을 올리는 데 크게 일조했다. 어린아이처럼 아무 것도 할 줄 모른 채 기승냥의 보살핌만을 바라는 타환의 모습은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용맹한 여전사 기승냥과 대비되며 보기 좋은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주체할 수 없는 ‘허당’ 면모에도 기승냥을 향한 일편단심 순정만은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는 많은 여성들에게 귀여움과 연민을 자아내며 크게 어필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 지창욱이 있다면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찌질남’ 두 명이 동시에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박해진과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의 이선균이 그 주인공.
박해진은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을 오랜 시간 짝사랑해 온 이휘경 역으로 주인공 김수현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휘경은 어린 시절부터 천송이를 좋아하고 지켜왔던 친구. 잘생긴 외모와 스펙에도 늘 천송이에게 휘어 잡히는 2%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그는 지난 5일 방송된 14회에서 위험에 처한 천송이를 위해 몸을 던져 그를 구했다. 순진무구하기만 했던 이휘경이 보인 끝없는 순애보에 안방 시청자들이 열광한 것은 당연한 일.
‘별에서 온 그대’와 동시간대 방송되는 ‘미스코리아’의 남자 주인공 이선균 역시 ‘찌질함’에서는 그 누구 못지않다. 이선균이 맡은 역할은 여주인공 엘리베이터걸 오지영(이연희 분)을 사랑하는 첫사랑 김형준. 1997년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 서울대를 나온 수재에 화장품 회사의 사장인 김형준은 회사를 위해 엄청난 빚을 졌고, 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 심지어 사채업자 조직폭력배에게 돈을 빌려 생명에까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
김형준은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간 오지영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지난 5일 방송된 15회 말미에는 깡패들에게 협박과 폭행을 당한 후 상처투성이가 된 채 결국 오지영의 본선 진출 모습을 전파상 TV로밖에 볼 수 없는 김형준의 모습이 그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 인정사정 없는 악당들..은근히 매력있네
마음 약한 ‘찌질남’들이 연민을 자아낸다면, 얼마나 더 악할 수 있을까 싶은 악당 캐릭터들 역시 묘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의 매력 포인트는 정말 ‘가차가 없다’는 것. 어떤 약점이 있는 건지 매우 궁금함을 자아내는 캐릭터들이다.
대놓고 악한 대표적 인물은 ‘기황후’의 김정현. 김정현이 맡은 당기세는 원나라 최고 권력자 연철 승상의 맏아들로 다혈질인 성격으로 아버지의 권력욕을 꼭 빼닮은 아들이다. 당기세는 전형적인 악당이다. 고려에서 공녀를 데리고 오는 임무를 수행했던 그는 아녀자들을 죽이고 겁탈하며 오히려 희열을 느끼는 부류의 인물.
‘기황후’의 초반부 그는 남자에서 여자로 변신한 기승냥에게 연정을 느껴 스스로도 놀라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그가 보인 조금의 틈 때문일까? 못된 동생 타나실리(백진희 분)와 함께 다혈질 남매 콤비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그 포악함(?)에도 불구,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김정현이 다혈질 악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별에서 온 그대’가 낳은 최고의 악당 이재경 역의 신성록은 주도면밀한 21세기형 소시오패스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재경은 순진한 동생 이휘경과는 확연하게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 그는 초능력을 가진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을 정도의 기지를 가진 가공할만한 악당이다.
드라마 속에서 신성록은 여러명의 생명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천송이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최근 한 SNS에서 사용되는 동물 캐릭터와 닮았다는 사실로 인해 소름끼치는 악역 이미지에도 불구, 의외의 친근함으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미스코리아’에도 악당은 있다. 남자 주인공 김형준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등장하는 이윤(이기우 분)은 기업사냥꾼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냉혈한. 그는 부도 위기에 처한 김형준의 비비화장품을 돕는 척 투자 약속을 하고, 뒤로는 비비화장품의 화장품 제조에 차질이 빚어지도록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친구의 목을 죄는 이기우는 무엇보다 자신의 이익이 먼저인 인물이다. 범법 행위를 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얄미운 그의 캐릭터는 차가운 도시남자 이미지의 이기우에게 덧입혀져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냈다.
캐릭터들이 다양해질수록 시청자들은 즐겁다. 늘 똑같은 역할만을 했던 남자캐릭터들은 이제 여주인공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번듯한 모습에도 좋아하는 여자 앞에선 기 한번 펴지 못하는 의외의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기가 막히게 악하기도 하다. 또 어떤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가 안방 극장을 찾게 될 지 앞으로의 발전상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eujenej@osen.co.kr
'기황후', '별에서 온 그대', '미스코리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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