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36, 서울시청)의 여섯 번째 올림픽은 이 사진 한 장으로 대신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이를 악물고 레이스에 임하는 노장의 투혼은, 메달보다 더한 감동을 선물했다.
이규혁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5초48을 기록, 1차 레이스 성적 35초16을 더해 합계 70초65를 기록했다.
불굴의 의지를 불태운 이규혁의 역주가 돋보였다. 15조에서 캐나다의 길모어 주니오와 함께 달린 이규혁은 100m를 9초79에 통과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이후 곡선주로와 직선주로에서 최선을 다하는 레이스로 투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메달까지는 약 1초가 부족했다. 500m 최종 성적 18위로 레이스를 마친 이규혁은 오히려 개운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환호에 손을 들어 답했다.

선수로서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이규혁은 무려 20여년 가까이 국제무대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로 활약해왔다. 올림픽에만 여섯 차례 연속으로 출전한 그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살아있는 레전드다.
6회 연속 올림픽 출전 기록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 한국 선수로는 최다이며, 이번 소치에서 동계올림픽 7회 연속 출전의 대기록을 세운 스키점프의 가사이 노리아키(42, 일본)와 루지의 알베르토 뎀첸코(43, 러시아)의 뒤를 잇는 기록이다. 하계올림픽까지 통틀어도 드문 편이다(하계올림픽의 최다 연속 출전 기록은 요트의 후베르트 라우다슐(오스트리아, 9회), 최다 출전 기록은 승마의 이안 밀러(캐나다, 10회)가 갖고 있다).
그러나 6회 연속 출전에도 불구하고 이규혁은 유난히 올림픽 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본인 스스로도 아쉬움이 남는 일이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해온 지난 시간들을 메달이라는 형태로 마무리짓고 싶은 마음은 은퇴 대신 또 한 번의 도전을 선택하게끔 했다. 그리고 2011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소치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이규혁은 자신의 마지막 도전을 시작했다.

아직 올림픽 메달이 없는 이규혁은 이날 레이스에서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위해 투지를 불태웠다. 결과는 또 한 번의 아쉬움. 그러나 이규혁은 이를 악물고 달렸고,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빙속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스스로 증명했다. 아직 1000m가 남아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이규혁이 전해준 '감동 스토리'야말로 소치에서 보내는 그의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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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