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우승후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었다. 좌완 불펜투수의 부재는 지난 시즌 내내 두산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시즌 유희관이 1988년 윤석환 이후 25년 만에 베어스 토종 좌완 10승의 주인공이 되며 선발진에 안착한 것과는 반대로, 불펜에서는 좌완의 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혜천이 2013년의 두산 좌완 불펜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은 지난해 두산이 얼마나 힘든 상황 속에서 시즌을 꾸려갔는지를 말해주는 부분이다.
이혜천은 일본에서 복귀한 이후 한 시즌도 믿음직스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복귀 시즌인 2011년 6.35였던 평균자책점은 이듬해 7.45, 지난해에는 11.57까지 치솟았다. 결국 두산은 이혜천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혜천은 NC에서 김경문 감독과 재회하게 됐다.

지난해 이혜천 말고도 좌완 불펜투수들이 있기는 했지만,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좌완 사이드암 김창훈과 원용묵은 도합 20타자를 상대한 것에 그쳤다. 고졸 4년차였던 정대현 역시 5경기에서 7⅓이닝을 소화했지만 평균자책점이 18.41로 나빴다. 표본이 적어 큰 의미는 없지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도 .619에 달했다.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좌완 불펜 자원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팀 사정상,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좌완 불펜의 덕을 볼 수 없었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치르는 동안 엔트리에 좌완 불펜 투수를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달리 방도가 없었다. 상대가 대타로 좌타자를 내도 우완으로 막아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적어도 지난해와 같은 난관은 겪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기대를 주는 선수는 이현승이다. 지난해 상무에서 전역한 이현승은 히어로즈 시절이던 2009년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18로 수준급 선발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0 시즌을 앞두고 두산에 와서는 주로 불펜에서 힘이 됐다. 두산에 몸담은 두 시즌 동안 평균자책점은 4.75, 4.82로 낮지는 않았지만, 두 시즌 모두 45경기 이상 등판해 70이닝 이상을 던졌다. 재활 후 공을 다시 잡기 시작한 이현승이 입대 전과 비슷한 성적만 내도 두산 불펜에는 숨통이 트인다.
이외에도 새 얼굴은 있다.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은 1라운드에 SK의 좌완 허준혁을 뽑으며 좌완 불펜 자원을 수혈했다. 이외에 NC 출신으로 고양 원더스를 거친 여정호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허준혁과 함께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장민익도 가능성을 바탕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정대현을 필두로 한 기존 선수들의 각성도 기대되는 점 중 하나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노경은-유희관 등 토종 선발들의 활약으로 선발진은 지난해 비로소 안정됐고, 이용찬이 마무리로 돌아와 불펜도 깊이를 더했다. 이제 남은 것은 좌완 불펜이 제 몫을 해주는 것 뿐이다. 현 시점에서는 분명 희망적인 요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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