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축제잖아요. 축제인 만큼 즐길 수 있도록 하려고요."
즐기고 오겠다더니 '대형사고'를 쳤다.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에 출전한 최재우(20, CJ제일제당)가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선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최재우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로사 쿠토르 익스트림 파크에서 열린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2차 예선에서 회전동작 10.9점, 공중묘기 5.30점, 시간점수 5.70점을 받아 총 21.90점으로 2위에 올라 상위 10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최재우의 '대형사고'는 결선 진출로 끝나지 않았다. 결선 1라운드에서 20명의 선수 중 당당히 10위에 올라 결선 2라운드에 진출하며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의 역사를 또 한 번 새로 쓴 것. 비록 결선 2라운드에서 첫 번째 에어(공중묘기) 더블 풀 연기를 마치고 회전동작으로 들어가던 도중 게이트를 벗어나 실격처리됐지만, 그가 이날 보여준 가능성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희망가' 그 자체였다.

사실 최재우의 '대형사고' 가능성은 올림픽 전부터 조심스럽게 점쳐졌던 일이었다. 4세 때 스키를 접한 최재우는 어렸을 때부터 모굴에 흠뻑 빠져살았고, 2008년에는 스키 유학까지 떠나 캐나다 밴쿠버에서 기본기를 닦았다. 당시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캐나다에서 귀화를 권유받기도 했다. 15세 때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3~4위전까지 출전하며 모굴계에서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본격적으로 최재우의 기량이 만개한 것은 2011년 토비 도슨(한국명 김봉석) 코치를 만나면서였다.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모굴스키 동메달리스트인 도슨 코치는 최재우에게 있어 가장 든든한 아군이다. 도슨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일취월장한 최재우는 지난 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위를 차지하며 국제스키연맹(FIS)이 선정한 올해의 신인에 뽑히기도 했다.
튼튼한 '멘탈'이 강점인 최재우는 성격도 밝고 긍정적이다. 소치동계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이 있던 날, 최재우를 만나 '깜짝메달 기대주'로 주목받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냐고 물었다. 하지만 최재우는 "아닌 것 같으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부담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관심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라며 개구진 미소를 지었다. 뿐만 아니라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지금도 이렇게 관심을 받는데 더 잘하면 얼마나 관심을 받을 지도 궁금하다"며 당찬 패기를 보이기도 했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를 생각하기보다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면 좋은 추억을 남기고 올 수 있을 것 같다"던 최재우가 이번 소치를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 좋은 추억을 바탕으로 그가 4년 후 평창에서 보여줄 모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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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