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해설에서도 국민MC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묻어나왔다. 맹위의 강호동과 차분한 유재석은 올림픽 경기 해설을 맡아 감춰져있던 진가를 드러냈다.
강호동은 지난 10일 KBS 2TV를 통해 중계 방송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특별 해설위원으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강호동에 앞서 유재석이 먼저 지난 2008년 개최된 제29회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중계석에 앉은 바 있다. 당시 그는 체조 평행봉 남자 개인 결승전의 객원 해설위원으로 김동화 해설위원, 박경추 아나운서와 함께 자리했다.
극명하게 다른 두 사람의 예능 캐릭터는 올림픽 중계에도 적용됐다. 강호동의 해설은 차분한 가운데 힘이 넘쳤다. 장시간 녹화에 적응된 강호동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진 경기 해설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제 역할을 해냈다. 특유의 경쾌한 어조로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면서도 날카로운 분석을 했다. 함께 해설을 한 나윤수 해설위원이 “호동 씨 명확하게 짚은 것”이라고 칭찬을 했을 정도였다.

스피드 스케이팅 경험이 전무한 만큼 강호동의 지식은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운동선수 출신다운 놀라운 경기 흐름 판단으로 시청자들이 궁금할 만한 질문을 쏟아내며 이해를 도왔다. 여기에 예능감으로 버무려진 입담은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붙들기에 충분했다. 그는 모태범 선수가 1차전을 마치자 “결과와 상관 없이 4년간 땀을 흘린 태극전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감동적인 응원을 펼쳤다.
앞서 유재석은 체조 평행봉 남자 개인 결승전 해설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유재석의 공략 포인트는 친근함과 성실함이었다. 그는 체조 기술의 이름을 정확하게 대며 해설자들을 놀라게 했으며, 차분한 어조로 질문을 이어가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당시 유재석은 "경기를 보다 보니까 높은 난이도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를 많이 줄이는 것도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매끄럽게 관전평을 전하며 전문가들과 균형을 맞췄다. 또, 우리나라 선수 뿐 아니라 외국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부상은 안 당해서 큰 다행이다"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느님'의 전형적인 배려가 강조된 부분이었다.
강호동은 동계올림픽, 유재석은 하계올림픽 해설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렇듯 국민MC의 올림픽 중계 도전은 매우 신선한 장치다. 동시에 웃음기를 거둬내고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해설에 녹여내야 한다는 숙제는 당사자들에게 매우 큰 부담이다. 참가 선수들에 대한 사전 정보를 습득해 전달해야 한다는 숙제도 갖는다.
어려운 과제들을 극복하게 일궈낸 두 사람의 도전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큰 실수없이 전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방송을 마쳤기 때문. 또한 유재석에 이어 강호동이 맡았던 중계방송은 지상파 3사 중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탐나는 카드인 셈이기도 하다.
앞으로 강호동은 한 번 더 중계석에 앉을 예정이다. 그는 11일 이상화 선수가 출전하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도 해설위원으로 자리한다.
plokm02@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