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봐라. 새까맣게 날아가네."
롯데 2차 전지훈련 첫 날인 11일 일본 가고시마 가모이케 구장. 이날 롯데 야수들은 훈련 첫 날부터 정상적으로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총 15시간의 비행 끝에 전날 일본에 도착했음에도 선수들은 피곤한 기색없이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다.
그 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선수는 루이스 히메네스(32)였다. 히메네스는 쳤다하면 최소 담장 근처까지 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미리 몸을 만들어 애리조나 캠프에 합류했던 히메네스는 방망이를 마치 대나무 막대기를 돌리는 것처럼 가볍게 휘둘렀다.

히메네스가 치는 걸 지켜보던 롯데 선수들은 계속해서 감탄사를 뱉았다. 영상으로만 봤을 때 히메네스는 육중한 상체에 비해 하체가 상대적으로 부실해 보였지만, 실제로 보니 허벅지와 엉덩이에 제대로 근육이 자리잡고 있었다. 게다가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몸의 유연성은 마치 이대호를 보는 듯했다.
히메네스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박흥식 타격코치는 타구 비거리가 아니라 방향에 주목했다. 좌타자인 히메네스는 가운데 펜스와 우중간 펜스 사이로 타구를 계속 보냈다. 거포들은 흔히 공을 넘기기 위해 잡아당기기 일쑤인데, 히메네스는 정확하게 잡아놓고 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워낙 힘이 좋기 때문에 굳이 잡아당기지 않아도 타구 비거리는 충분했다.
박 코치는 "히메네스는 정말 영리한 선수다. 잡아당기지 않고 툭툭 우중간으로 치는데, 마치 훌리오 프랑코가 치는 것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프랑코는 2000년 삼성에서 뛰었던 외국인선수. 메이저리그에서 23시즌 동안 활약하며 올스타 3회, 실버슬러거 5회 선정된 선수다. 경력만 놓고 본다면 한국에서 뛰었던 야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선수다.
불혹의 나이에 삼성 유니폼을 입은 프랑코는 그 해 타율 3할2푼7리 22홈런 110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이후 프랑코는 메이저리그에 돌아가 2007년까지 더 뛴 후에야 은퇴를 했다. 박 코치는 삼성 타격코치로 있으면서 프랑코를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박 코치는 "프랑코가 딱 지금 히메네스처럼 쳤다. 굳이 잡아당기기 보다는 중앙 펜스 방향으로 타구를 날리려고 했다. 히메네스랑 프랑코가 친분이 있는 걸로 아는데, 분명히 프랑코에게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치는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참고로 히메네스는 프랑코가 롯데 구단에 추천한 선수다.
많은 외국인타자들은 공을 멀리 보내기 위해 잡아당기는 스윙을 즐겨 한다. 그렇지만 거기에만 치중하다 보면 많은 약점을 노출하기 마련이다. 큰 체구의 히메네스는 겉으로 보기에 전형적인 거포 스타일이지만, 프리배팅 하나만 보더라도 흔한 '거포'는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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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일본)=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