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50%대를 육박하며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인 KBS 2TV '왕가네 식구들'. 그 안에 늘 화두가 되는 것은 '고민중이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이다.
그런 고민중을 열연하는 인물이 수 십년간 배우 생활을 한 조성하다. 그의 얼굴에는 선과 악이 공존,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다. 조성하는 이번에는 주변에 있을 법한 가장의 모습을 열연, 남성들의 지지를 한껏 받았다.
조성하는 이번 '왕가네 식구들' 출연으로 첫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표현했다. 방송으로는 9년 차, 연기 경력은 총 30여 년인 그가 천천히 올라와 맞은 그야말로 '화끈한' 전성기다.

11일 오후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성하는 '왕가네 식구들' 속 고민중과는 다른 훨씬 밝은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조성하에게는 친근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 풍겼다.
다음은 조성하의 일문 일답.
-종영을 앞둔 소감은 어떤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죠. 하하"
-화두는 '오현경이냐 김희정이냐'다. 조성하씨라면?
"환경적인 문제가 가장 컸겠죠? 극 중 고민중은 사업이 망하면서부터 옆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게 됐잖아요. 망하지 않았다면 또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았을 지도 모르죠. 환경적인 여건들을 많이 적용했을 거예요."
-고민중 캐릭터로 전국민적인 인지도를 얻었는데
"경이적인 기록 안에 고민중이라는 역할로 이슈의 중심에 서 있고, 그 역할을 제가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큰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는 고사하려고 했어요. 제가 눈물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정중히 고사했는데 문영남 작가님이 눈물을 잘 흘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처음부터 고민중의 사업이 망하더니 끝까지 폭풍 눈물의 대장정의 세월을 보냈어요. 하하"

-남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었다. 흡입력의 원천은?
"고민중은 현 시대의 가장의 모습을 대변한 인물이에요.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내 자식과 아내를 지키기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하는 사람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렇듯이 나를 봐주는 사람은 없어요. 마치 투명 인간 같은 존재죠. 그런 면에서 많이들 공감해주신 것 같아요."
-막장 드라마라는 일부 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시간이 없었어요. 사실은 앙금 역을 맡은 김해숙 선배님이나 오현경 씨가 스트레스가 심했을 거예요. 악역을 맡다보면 감수해야할 부분이 있는데, 저는 고민중이라는 역할에 몰입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었죠. 고민중이 좀 답답한 캐릭터인데, 시청자들이 흥분할 수 밖에 없는 장치이기도 하니까, 최선을 다해서 몰입하는데만 열중했어요."
-조성하가 생각하는 문영남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작품 세계도 다이내믹 하고, 실제 성격이 굉장히 엔터테이너 적이에요. 흥이 많죠. 그래서 마치 우리 모두가 극단 생활을 하는 것 같았어요. 전체를 아우르는 눈빛과 배우들의 미세한 행동을 놓치지 않으세요. 개성을 캐릭터에 잘 넣어주시는 분이죠. 극 중 제가 '먼지가 되어'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이 역시 실제 제가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고 넣어주셨어요."

-'왕가네 식구들'이 경이적인 시청률을 낸 원천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최고의 작가에 당대 최고의 배우가 모였다고 해서 다 잘되지는 않잖아요. 저 역시 문영남 선생님을 잘 알지 못한 채 이 작품을 만난 것처럼요. 다만 대본을 봤을 때 이 작품은 50%가 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들어와서 보니까 평소에 존경하던 대 배우들이 있었고, 연기자들 중에 흔히 우리가 말하는 '구멍' 연기자가 없었어요. 내공들이 모인거죠. 저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웃음)"
-앞으로 행보는?
"'왕가네 식구들'이 끝난 뒤에는 휴식기를 가질 것 같다. 한 계통에서 10년은 해야 하품 좀 한다던데, 이제 하품을 하려고 입을 벌리는 단계다. 지금이 아마 본 게임으로 들어가는 출발선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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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