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농구만화 '슬램덩크'에서 북산은 산왕공업과 마지막까지 초단위 접전을 펼치다가 극적으로 승리를 거둔다. 기적같은 승부의 끝에 쫓아온 것은 허무한 패배였다.
슬램덩크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삼성과 1라운드 플레이오프서 5시간이 넘는 접전 끝에 모든 걸 쏟아낸 SK텔레콤이 라이벌 KT와 1라운드 결승전서 거짓말 같은 완패로 무너졌다.
SK텔레콤은 11일 서울 서초 강남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시즌' 1라운드 KT와 결승전서 상대 첫번째 주자인 주성욱에게 정윤종 김민철 어윤수 원이삭 등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패하면서 0-4 너무 뼈아픈 완패를 당했다.

SK텔레콤의 1라운드 포스트시즌은 '천신만고'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진에어와 첫 경기는 원이삭의 올킬에 힘입어 4-1로 플레이오프에 올라갔지만 삼성과 플레이오프과 혈전이었다.
삼성과 플레이오프는 7세트 풀세트를 치르는 5시간이 넘는 접전이었고, 김민철과 김기현은 경기시간 1시간 44분이 넘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연전으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 일정을 감안하면 빠르게 끝내야 하는 상황에서 승리했지만 치명적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삼성과 플레이오프는 SK텔레콤의 발목을 잡았다.
감독 뿐만 선수들도 결승을 준비하느라 수면시간도 길어야 6시간을 넘지 못했다. 삼성과 플레이오프를 승리한 후 우승을 자신했던 최연성 감독도 4시간도 자지 못하면서 KT와 결승전을 다시 점검했다.
하지만 밑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은 결국 함정이 됐다. 결승 하루전인 삼성과 플레이오프가 너무 선수단의 체력소모를 키웠다. 선수들이 의욕을 가지고 나섰지만 피로도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결승전 0-4 완패. 결승까지 잘싸워서 올라갔지만 슬램덩크의 북산처럼 힘이 빠질대로 빠진 SK텔레콤은 라이벌 KT와 접전은 고사하고 주성욱 한 명을 당해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차주에 프로리그 종족최강전이 열리는 일정을 고려했을 때 결승전을 오는 16일 정도에 치렀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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