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약점이었던 스타트가 이제는 '빙속여제'의 강점이 됐다. 소치에서 흔들림 없는 면모를 보인 이상화(25, 서울시청)가 올림픽 2연패를 일궜다.
이상화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2차 레이스서 37초28을 기록, 1차 레이스 기록인 37초42를 더해 합계 74초70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은 올카 파트쿨리나(러시아, 75초06) 동메달은 마고 보어(네덜란드, 75초48)가 차지했다.
1차 시기서 다른 선수들을 여유있게 따돌리며 홀로 37초69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이상화는 2차 시기서도 여유롭게 레이스에 임했다. 초반 스타트에서 승부를 보겠다던 다짐대로 초반 100m 구간에서 10초 17을 찍으며 여유있게 우승을 예약했다. 이상화의 강점이 된 빠른 스타트는 레이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올림픽 신기록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2012-2013시즌까지만 해도 이상화의 강점으로 손꼽혔던 부분은 중후반 스퍼트였다. 레이스 후반부에 치고 나가는 스피드가 워낙 강했던 이상화는 더 빠른 기록을 위해 초반 스타트 보완에 집중했다.
단거리인 500m에서 스타트는 승부를 좌우하는 열쇠다. 첫 100m 구간을 몇 초에 끊느냐에 따라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기록이 크게 달라진다. 자신의 약점이 스타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상화가 스타트 보완을 위해 피땀을 흘린 이유다.
이상화는 초반 100m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남자 선수들과 스타트 훈련까지 불사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그랬듯, 소치에 도착해서도 초반 50m 구간을 두고 모태범(25, 대한항공) 이규혁(36, 서울시청) 등 남자 선수들과 스타트 훈련으로 자신을 갈고 닦았다.
그 결과는 1차 레이스 10초33, 2차 레이스 10초17이라는 100m 스타트 기록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스타트 최고 기록인 10초09에는 못미치지만 아들레르 아레나의 빙질을 생각하면 최고의 기록이다.
약점으로 꼽혔던 스타트를 자신의 강점으로 변화시키는 이상화의 힘. 올림픽 2연패를 가능하게 한 만족을 모르는 '빙속여제'의 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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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