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42) SK 퓨처스팀(2군) 감독은 현역 시절 당대 최고의 포수로 손꼽혔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투수를 리드하는 수 계산이 워낙 밝아서다. 5~6개의 공을 내다보고 운영하는 투수 리드는 SK 왕조 구축의 숨은 힘이었다. 그런 박 감독이 자신의 ‘특기’를 지도자 생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2군 육성의 장기적인 계획이 그렇다.
올해부터 SK 퓨처스팀을 이끌게 된 박 감독은 지난 10일 대규모 인원을 이끌고 2군 캠프가 기다리고 있는 광저우로 떠났다. 플로리다 캠프에 다녀온 1군급 선수들 6명, 그리고 사이판에서 재활캠프 막바지에 이른 코치 2명과 선수 8명을 합치면 코칭스태프 12명, 선수단 37명의 대규모 캠프다. 총책임자라고 할 만한 박 감독이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그만큼 확실한 원칙을 세우고 일정을 짰다.
단순히 2군 선수들의 기량을 키우기 위해 훈련만 거듭하는 캠프는 아니다. 구단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만큼 박 감독도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한 체계적인 구상으로 캠프에 접근했다. 일단 선수들을 가르칠 코칭스태프들을 최대한 많이 데려갈 수 있게끔 구단에 요청했고 구단도 흔쾌히 승낙했다.

박 감독은 출국 전 “1군 선수들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훈련을 해야 한다.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데려가야 많은 훈련량을 가져갈 수 있다. 구단에 요청했었는데 흔쾌히 잘 받아주셨다. 그 부분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출국 전 한국에서도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했는데 이를 본 구단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박 감독은 현지 시설에서도 “음식이 문제였는데 올해는 해결이 됐다. 2군 훈련장으로는 괜찮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이처럼 여건은 마련됐다. 이제 한 달간 그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느냐는 박 감독의 몫이다. 박 감독은 “한국에서 나름대로 몸은 잘 만들었다고는 생각이 든다. 거의 실내에서 운동을 했기 때문에 5일 정도 빼고는 거의 실전과 비슷한 훈련을 할 것이다. 자체 청백전도 들어갈 것이다”라고 일정을 밝혔다. 훈련도 중요하지만 실전을 통해 감각을 배양하고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분리 운영도 한다. 맞춤형 지도다. 플로리다 캠프에 다녀온 6명은 한국에 있었던 선수들보다 1군 쪽에 더 가까운 선수들이다. 사이판 재활조 8명도 마찬가지다. 박 감독도 “그 선수들이 올해 1군에서 해야 할 몫이 있다”라면서 “처음부터는 아니고 중반 이후부터는 장기적으로 육성을 해야 선수들과 나눠서 확실하게 나눠 분리운영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1군에 결원이 생길 때 당장 올릴 수 있는 선수들을 따로 키운다는 뜻이다. 특히 야수들이 집중 조련 대상이다.
장기적 시선도 유지하고 있다. 육성은 급하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박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박 감독은 캠프가 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정일 뿐이다. 박 감독은 “이 짧은 기간에 어느 정도 올라올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훈련할 것이다”라면서 “이 기간이 아니더라도 길게 보고 운영하려고 생각한다. 차근차근 기본부터 훈련을 시킬 것”이라며 ‘호랑이 선생님’으로서의 임무를 다잡았다. SK의 미래가 박 감독의 수싸움 속에서 차근차근 구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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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