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토브리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다나카 마사히로의 행선지였다. 다나카가 뉴욕 양키스와 계약을 맺은 뒤에야 다른 FA 투수들이 각자 자신과 계약할 팀을 찾아갔을 만큼 다나카의 영향력은 강했다.
명문 팀의 부활을 위해 양키스에 입단하기로 결정한 다나카는 앞으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받는다. 양키스는 다나카에게 향후 7년간 어떤 검증된 에이스급 투수도 쉽사리 받기 힘든 1억 5500만 달러(약 1650억원)라는 금액을 지급한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1개의 공도 던지지 않았기에 이 금액은 순전히 기대치만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나카에게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힌 이후의 태도는 영 반대다. 다나카를 데려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다나카는 빅리그에서 강한 3선발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말로 다나카의 가능성을 애써 축소했다.

연 평균 2000만 달러 이상을 줘야 하는 선수에게 준수한 3선발 정도의 기대치만 갖는다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다. 더군다나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챔피언 등극을 지켜봐야 했던 양키스라면 다나카에게 더 많이 의지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캐시먼 단장의 태도는 그렇지 않았다.
이는 크게 2가지 의도로 풀이된다. 우선 다나카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 역시 큰 무대지만, 요미우리 자이언츠나 한신 타이거즈가 아닌 라쿠텐 골든이글스 출신의 다나카에게는 거대도시 뉴욕의 큰 관심이 새 리그 적응 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뛰어난 기량을 갖췄다 하더라도 적응 기간은 반드시 필요하기에 다나카가 부담을 최대한 덜고 편하게 팀과 리그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캐시먼 단장의 뜻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기존 선수들에 대한 배려다. 이미 양키스에는 CC 사바시아라는 에이스가 버티고 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은 4.78로 주춤했지만, 사바시아는 데뷔 시즌인 2001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최소 11승 이상을 해냈다. 지난해에도 14승을 따냈고, 통산 205승을 올린 베테랑 좌완투수를 제쳐두고 신인을 에이스로 떠받들 수 있는 팀은 없다.
사바시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나카의 일본야구 선배인 구로다 히로키도 양키스 선발 로테이션을 받치는 한 축이다. 구로다 역시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고, 양키스에서 뛴 2년 동안 각각 3.32, 3.31의 평균자책점으로 27승을 거뒀기에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다나카가 왔지만 양키스의 원투펀치는 사바시아-구로다다.
이 2번째 의도는 '양키 프라이드'를 지키는 것과도 연결된다. 캐시먼 단장의 발언은 단순히 다나카가 3선발 수준의 가치를 지닌 선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양키스는 이정도 선수를 3선발로 쓴다는 의미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각각 무난히 10승을 해낼 수 있는 원투펀치에 이어 다나카까지 3선발로 안착해준다면, 타선이 대폭 보강된 양키스는 투타 양면에서 정상 탈환에 근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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