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될 것."
이규혁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서 1분10초049를 기록, 레이스를 마친 현재 4위에 올라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이날 6조에서 러시아의 이고르 보골류브스키와 함께 레이스에 나선 이규혁은 좋은 스타트로 초반 역주를 펼쳤지만 마지막 300m에서 속도를 올리지 못하고 1분10초049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메달권에서 벗어난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메달을 위해 마지막 올림픽에 나섰지만, 이미 그의 도전은 메달 그 이상의 값진 결과를 얻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이규혁은 가슴이 터질듯한 레이스 후의 숨가쁨 속에서도 개운한 표정으로 인사를 전할 수 있었다.

선수로서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이규혁은 무려 20여년 가까이 국제무대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로 활약해왔다. 올림픽에만 여섯 차례 연속으로 출전한 그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살아있는 레전드다.
6회 연속 올림픽 출전 기록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 한국 선수로는 최다이며, 이번 소치에서 동계올림픽 7회 연속 출전의 대기록을 세운 스키점프의 가사이 노리아키(42, 일본)와 루지의 알베르토 뎀첸코(43, 러시아)의 뒤를 잇는 기록이다. 하계올림픽까지 통틀어도 드문 편이다(하계올림픽의 최다 연속 출전 기록은 요트의 후베르트 라우다슐(오스트리아, 9회), 최다 출전 기록은 승마의 이안 밀러(캐나다, 10회)가 갖고 있다).
그러나 6회 연속 출전에도 불구하고 이규혁은 유난히 올림픽 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본인 스스로도 아쉬움이 남는 일이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해온 지난 시간들을 메달이라는 형태로 마무리짓고 싶은 마음은 은퇴 대신 또 한 번의 도전을 선택하게끔 했다. 그리고 2011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소치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이규혁은 자신의 마지막 도전을 시작했다.
아직 올림픽 메달이 없는 이규혁은 이날 레이스에서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위해 투지를 불태웠다. 결과는 500m에 이은 또 한 번의 아쉬움. 사실상 마지막 도전에도 불구하고 메달은 또다시 그를 외면했다.
그러나 이규혁은 이를 악물고 달렸고,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빙속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스스로 증명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규혁의 마지막 도전은, 메달보다 값진 도전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규혁의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가슴뛰게 지켜봐야할 올림픽의 가치 그 자체다.
한편 이규혁은 "올림픽 메달 때문에 늘 부족한 선수라고 생각됐다. 부족한 선수로 마감짓는 것 같다. 반면에 올림픽 대회를 통해 많이 배웠고 선수로서 부족한 스케이트 선수로 끝나고 살아가겠지만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될 것"이라고 마지막 올림픽 도전을 마친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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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