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성우 "트레이드, 아직은 생각할 때가 아니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2.13 06: 40

"여기서 할 때까지 정말 열심히 할거다. 일단은 먼저 부딪혀보는 게 우선이다."
롯데 포수 장성우(24)는 경찰청에서 크게 성장해 작년 가을 복귀했다. 2008년 1차 지명을 받았을 정도로 기대를 모았던 장성우는 입단 2년 차부터 1군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강민호가 수술로 자리를 비운 2009년 후반기 훌륭한 기량을 뽐내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럼에도 장성우는 큰 산인 강민호에게 가려 제대로 출전하지 못하다가 2011년 시즌이 끝난 뒤 군입대를 선택했다.
경찰청에서 장성우는 달라졌다. 군입대 전까지 장성우의 1군 통산타율은 2할3푼1리. 경남고 시절부터 훌륭한 타격재능을 뽐냈던 장성우지만 프로 벽은 높았다. 하지만 경찰청에서 꾸준히 출전기회를 얻으며 타격에 눈을 떴고, 작년에는 타율 3할8푼2리 13홈런 73타점으로 홈런과 타점 퓨처스리그 1위를 차지했다.

포수 장성우의 기량은 의심할 바 없다. 장성우를 신인 때부터 지켜본 양용모 롯데 배터리코치는 "어깨 하나만큼은 국내 최고다. 그걸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일 것"이라면서 "다른 팀이었으면 충분히 주전을 차지할 선수다. 그렇지만 이것도 본인이 이겨내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장성우는 올 시즌 백업으로 시작한다. 군대를 다녀왔지만 군입대 전과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바로 강민호의 존재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주전포수 강민호는 지난해 롯데와 거액의 FA 계약을 맺으면서 부산에 남는 걸 택했다. 올해도 롯데 안방은 강민호가 주인이다.
▲ 장성우에게 강민호란? 
장성우에게 강민호란 어떤 존재일까. 사실 두 선수는 서로 친한 사이다. 강민호는 장성우를 알뜰하게 챙겨주고, 장성우도 친형처럼 진심으로 따른다. 그래서 둘 사이의 관계는 운명의 장난과도 같다. 장성우에게 강민호는 최고의 선배이지만, 언젠가는 넘어서야 할 산이기도 하다.
장성우는 "솔직히 (강민호가 FA 때 다른 팀과 계약을 맺길) 바라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백업이라는 자리에 만족할 프로선수는 없다. 그럼에도 장성우는 "민호 형이 더 많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강민호가 롯데와 FA 협상을 벌이고 있을 때 장성우는 가고시마에서 마무리 훈련에 한창이었다. 어느 날 장성우에게 강민호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민호형 계약 당일이었던 거 같다. 국제전화를 원래는 잘 안 받았지만 심상찮아서 받았더니 민호형이 '오늘 나 계약했다'라고 하더라.“
강민호가 계약을 맺고 난 뒤 장성우는 아직 밥을 얻어먹지 못했다고 한다.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면 분명히 민호형이 ‘내가 이제까지 너한테 사준 게 얼마인데 또 사달라고 하냐. 이번에는 너가 나한테 좀 사줘봐라’고 말할 게 뻔해서 말을 안 꺼냈다." 그 만큼 장성우와 강민호는 허물없이 지내는 선후배다.
▲ "더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게 올해 목표"
올해 장성우의 목표는 더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그는 "민호형이 있다고 내가 경기에 못 나가는 건 아니다. 전 경기에 (강민호가) 다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군대에 가기 전보다는 일단 많이 나가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말한다.
2011년, 장성우는 64경기에 나섰는데 정작 타수는 62타수였다. 경기 수보다 타수가 적은 건 주로 경기 막판 대수비로 출전했기 때문이다. 장성우는 "민호형이 7~8회부터 쉬고 내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는 내 타격이 너무 안 좋았다. 팀은 아무래도 민호형이 한 타석 더 나가길 원하더라. 당연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래도 이제는 다르다. 퓨처스리그에서 타격이 일취월장했다. 그 비결로 장성우는 자신감을 꼽았다. "자주 나가다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롯데에 있을 때는 시즌 중 연습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경찰청에 가니까 운동할 시간이 많고 연습량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 장성우를 키운 유승안 감독과의 2년
특히 장성우는 경찰청 유승안 감독에게 혹독한 단련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에는 감독님한테 정말 많이 혼났다. 1년 차 때는 계속 혼만 났다. 미팅 때, 경기할 때 할 것 없이 계속 혼났다. 감독님이 아마추어 출신 선수들한테는 정말 잘해주셨는데, 왜 그렇게 나만 혼내시는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유 감독은 장성우가 경기 중 타구에 맞았을 때도 트레이너가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포수는 강하게 커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처음에는 '경찰청 괜히 왔다'고 후회도 많이 했다. 그런데 2년 차부터 정말 잘해주셨다. 컨디션 따라 경기 출장도 조절해주시고 기술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다. 덕분에 작년에는 잘한다는 칭찬 많이 들으면서 야구를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경찰청에 가기를 정말 잘했다."
▲ '트레이드? 그건 정말 최후의 수단'
장성우를 탐내는 구단은 적지 않다. 롯데 코칭스태프도 '장성우 정도면 다른 구단에서 주전포수가 되고도 남는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롯데에 장성우 트레이드를 문의하는 구단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장성우 역시 다른 구단들의 반응을 알고 있었다. "군대 가기 전부터 있었던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인 장성우지만 쑥스러운 듯 "사실 난 그렇게 좋은 선수도 아닌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뿐"이라고 미소지었다
과연 그는 트레이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장성우는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여기서 정말 해볼 때까지 다 해봐야 한다. 그래도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것이 장성우의 솔직한 생각이다.
곧이어 장성우는 "(팀을 옮기는 건) 정말 마지막에나 생각해볼 문제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서 계속 야구를 했고, 내가 원하던 롯데에 입단했다. 앞으로도 부산에서, 롯데에서 계속 야구를 하고싶다"고 힘줘 말했다.
장성우는 "주위에서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걸 느낀다. 그런 것에 대해 크게 부담감을 갖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제는 정말 야구를 잘해야 할 때다. 기대만큼, 그리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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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일본)=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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