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루머신' 추신수, 견제사를 줄여라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2.13 06: 44

텍사스 레인저스가 새 1번타자로 추신수를 데려오며 기대한 것은 20홈런을 능히 넘길 수 있는 파워도 있지만, 무엇보다 출루 능력과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베이스 러닝 능력이다. 추신수는 지난해 .423의 출루율과 20도루로 자신의 장점을 확실히 보여줬다.
특히 이닝의 선두타자로 나왔을 때 출루율은 평소보다 더 높아 확실한 1번타자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추신수는 지난해 이닝 선두타자로 나선 상황에서 .446의 출루율을 올렸다. 이보다 좋은 기록을 남긴 선수는 양대 리그를 통틀어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500)과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 .463) 뿐이었다.
하지만 가끔씩 견제사로 출루를 무위로 만들기도 했다. 출루 후 견제사를 당하고 덕아웃에 돌아오는 것은 출루하지 못한 것보다 팀 사기 저하를 불러오기도 한다. 특히 흔하지는 않지만 다른 베이스에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견제사로 아웃카운트를 늘리게 되면 팀이 그 이닝에 선택할 수 있는 작전의 폭도 좁아진다.

추신수는 지난 시즌 총 8번의 견제사를 당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최단신으로도 유명한 호세 알투베(휴스턴 애스트로스, 견제사 10회)에 이은 메이저리그 2번째 기록이다. 최근 캔자스시티 로열즈에서 방출당한 에밀리오 보니파시오가 추신수와 같은 8회를 기록했고, 그 뒤를 7개로 아오키 노리치가(캔자스시티 로열즈), 매니 마차도(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이 잇고 있다.
물론 추신수가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은 견제사를 당한 것은 다른 일반적인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출루를 했기에 생긴 일이다. 더군다나 1번타자로 고정된 추신수였기에 1회 공격에서 출루했을 때는 심리적으로 1회 출루한 선두타자의 진루와 득점을 막으려는 투수들의 견제가 더욱 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추신수의 견제사 횟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공식 룰에서 견제사 중 귀루를 시도하다 아웃된 것은 그렇지 않지만 협살에 걸려 태그아웃될 경우 이는 도루 실패로 기록돼 도루 성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1번타자를 평가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인 도루 성공률을 위해서도 견제사를 줄일 필요는 있다.
지난 시즌과 같은 출루율을 유지하면서 견제사를 줄일 수 있다면 생애 첫 리그 득점 타이틀도 등극도 꿈이 아니다. 신시내티에서 조이 보토와 제이 브루스, 득점권 타율이 높았던 브랜든 필립스의 도움을 받았듯 텍사스에는 프린스 필더, 아드리안 벨트레와 같은 특급 중심타자들이 있다. 추신수가 2루나 3루에 있다면 손쉽게 불러들일 수 있는 선수들이다.
가공할 출루 능력을 바탕으로 많은 득점에 도전하는 추신수가 팀의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과 함께 개인적으로는 득점 타이틀까지 노린다면 이제는 견제사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리그 정상급인 출루 능력은 더 보완할 부분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득점왕이 단 1, 2점 이내로 결정될 수도 있는 만큼 가장 많은 득점을 자신의 발로 만들고 싶다면 과감함과 함께 신중함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과감하면서도 신중하기란 쉽지 않지만, 1년에 2000만 달러 가까이 받는 선수라면 그런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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