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다. 선수들과 잘 어울리더라”
이만수 SK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새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36)이 ‘진짜배기’임을 스스로 조금씩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량 뿐만 아니라 성격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스캇을 올해 SK 타선의 핵심 퍼즐로 생각하고 있는 이 감독이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135개의 홈런을 친 경력으로 주목을 받은 스캇은 SK의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 중도에 합류해 동료들과 땀을 흘리고 있다.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겨우 내내 착실히 몸을 만든 스캇은 시즌에 앞서 차분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연습경기이긴 하지만 자체 홍백전에서도 8할7푼5리(8타수 7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이에 최정과 스캇으로 이어지는 SK의 중심타선에 밝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감독은 “시범경기, 시즌에 들어가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일단 신중한 자세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 활약을 위해 사전에 깔아둬야 할 밑바탕에 대해서는 더할 나위없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12일 오키나와 캠프 출국을 앞두고 “스캇이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하더라. 같은 선수 신분이지만 타격에 대해서도 동료들이 가르쳐달라고 하면 성심껏 가르쳐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플로리다 캠프의 스캇을 회상했다.
사실 MLB 경력이 빼어난 선수일수록 한국야구를 무시하는 일이 나타날 수 있다. “인성에 대한 검증까지 끝내고 영입했다”라던 SK였지만 그래도 일말의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스캇은 선수들과 잘 어울리며 자신의 노하우까지 전수 중이다. 단순한 웨이트트레이닝도 자신의 담당 트레이너를 불러와 동료 선수들에게 MLB식 최신 기법을 전수하는 등 일종의 ‘멘토’ 임무도 충실히 하고 있다.
에이전트도 스캇에게 “감독이 오랜 기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코치 생활을 했으니 지켜야 할 것은 잘 지켜야 한다”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 감독은 “선수들과 잘 어울리니까 괜찮다”라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무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경기장에 들어서기 앞서 선수단 적응이 반드시 필요한데 스캇은 이 과제를 무난하게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기량에 대한 기대는 당연하다. 이 감독은 “현재 스캇의 몸 상태는 80% 정도다”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야수들은 다음주나 되어야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이를 생각하면 스캇의 진도는 느리지 않은 편이다. 베테랑이라 시즌에 준비하는 노하우도 풍부해 코칭스태프에서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경쟁효과는 덤이다. 외야와 1루, 지명타자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스캇이라 당장 경쟁 포지션의 선수들은 비상이 걸렸다. 여러모로 빛을 발하고 있는 스캇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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