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일명 '쩍벌' 다리를 해도, 타이트한 클로즈업 샷을 받아도 당최 굴욕이 없다. 도리어 망가질수록 사는 여자, 전지현이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속 전지현의 연기가 물이 올랐다. 후반부에 접어들며 도민준(김수현 분)과의 애틋한 로맨스와 부녀간의 그리움 등을 담은 감정 연기가 눈에 띄게 늘었다. 아련하고 먹먹한 연기 와중에서도 천송이 특유의 코믹발랄 연기도 빼놓지 않는다.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를 소화하면서도 이질감이나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만 보인다. 배우 전지현의 역량이 이 정도였나.
전지현은 부동의 수목극 1위 '별그대'서 안하무인 4차원 톱스타 천송이 역을 맡아 데뷔 이래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방송 초반 오만방자하고 무식한 천송이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전지현은 자칫 밉상이거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천송이 캐릭터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백치미도 막말도 유치한 행동도 모두 이해되고 용서되는 사랑스런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전개에선 도민준이 외계인이란 정체를 알게 됐고 실연의 아픔을 겪었으며 이재경(신성록 분)에 의해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극한 상황까지 맞았지만 씩씩하다. 도민준과의 이별 장면이나 재회 후 키스, 데이트 장면 등을 통해서는 애틋하다가도 사랑스러운 천상 여자의 매력을 드러냈다. 또 어린 시절 헤어진 아버지와의 재회와 또 한 번의 이별 장면에서는 서럽고 먹먹한 감정을 끌어올렸다.
특히 전지현은 여배우로서는 쉽지 않은 망가진 코믹 연기의 정점을 보여준다. 만취해 해롱대거나 툭하면 침대나 소파 위에서 헛발질을 하며 분풀이를 하고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날 것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다. 지난 12일 방송분에서는 고스톱 치는 연기를 능청맞게 해내거나 도민준에 비해 늙어 보이지 않기 위해 삐삐머리 여고생 패션에 도전하는 등 과감한 코믹 장면을 연출했다.
음치인 마냥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고 마스카라가 턱까지 번진 몰골에 산발머리까지 했지만 그런 천송이를 시청자들은 따뜻한 눈길로 바라본다. 역할 자체가 사랑스러운 이유도 있겠지만 이를 연기하는 전지현 스스로의 능력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호응하도록 만드는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망가지고 까불어도 예쁘다는 것. 여기 저기 뜯어보고 이리 저리 돌려봐도 굴욕이 없는 미모와 늘씬한 몸매는 전지현의 최대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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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