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사상 첫 쇼트트랙 메달을 안긴 ‘빅토르 안’ 안현수(29, 러시아)가 ‘신’으로 불리고 있다.
안현수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서 열린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15초062의 기록으로 3위로 골인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현수는 러시아 역사상 쇼트트랙에서 첫 메달을 따내 러시아의 국민영웅이 됐다.
안현수의 메달획득은 러시아 현지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12일(한국시간) 동메달을 딴 안현수와 심층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 선수들과 경쟁해서 메달을 따낸 과정은 안현수에게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선수들과 소치에서 어울리냐는 질문에 안현수는 “물론이다! 하지만 스포츠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면서 여유를 보였다.

오히려 러시아 대표팀 관계자들이 한국에 대해 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알렉세이 크라프트소프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협회장은 “한국 선수들은 다 쉽지 않다. 우리는 안현수의 상황을 다 이해하고 있었다. 500m가 끝나고 시상대에 한국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있었다”며 감격했다.
안현수가 귀화를 결심했을 때 러시아 협회에서는 “신이 돌아왔다”면서 반겼다고 한다. 크라프트소프 회장은 “안현수와 서울에 경기를 하러 갔었다. 안현수는 소녀들 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열광하는 슈퍼스타였다. 안현수를 보고 사람들이 태극기와 러시아국기를 함께 흔들었다.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상 당한 안현수에게 은퇴를 권했다. 그런데 안현수의 재기를 도운 러시아는 이제 그를 ‘신’으로 떠받들고 있다. 안현수가 동메달을 따자 푸틴 대통령과 메드베테프 총리는 직접 축전을 보냈다. 러시아 대표팀은 안현수에게 은퇴 후 코치직까지 보장한 상태다. 안현수는 러시아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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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