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를 대표했던 두 스타의 행보가 말년에 접어들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캡틴’ 데릭 지터(40)가 명예로운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반면, 그에 못지 않았던 슈퍼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39)는 반강제적인 은퇴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지터는 13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올해가 현역 생활의 마지막이라고 공언했다. 지난해 발목 등 부상 여파로 17경기 출전에 그친 지터지만 당초 2년 정도는 충분히 더 뛸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상으로 지난해를 망쳤기에 스스로의 재기 의사도 굳건했다. 그러나 지터는 ‘멈춤’을 선언하며 팬들을 아쉽게 했다. 올해 성적에 대한 ‘배수의 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양키스 팬들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선수가 바로 지터였다. 지터는 1995년 뉴욕 양키스에서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데뷔해 올해까지 양키스의 내야를 지키고 있다. 양키스에서 다섯 차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13번의 올스타, 5번의 실버슬러거, 5번의 골드글러브 등을 수상하며 양키스 팬들이 가장 사랑한 선수로 손꼽혔다. 그가 출장한 2602경기는 양키스 프랜차이즈의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통산 3316안타를 쳐 명예의 전당 입성도 유력하다.

지터의 은퇴는 양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코어 4’(호르헤 포사다, 마리아노 리베라, 앤디 페티트, 데릭 지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양키스로서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함을 뜻하기도 한다. 이래나 저래나 역사적인 상징성을 가지는 은퇴 선언이다.
이렇게 지터는 팬들의 염원을 뒤로 하고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양키스에는 그 반대에 위치한 선수도 있다. 바로 ‘A-ROD’ 알렉스 로드리게스다. 지금껏 쌓은 경력만 놓고 보면 지터보다 못할 것이 없는 로드리게스는 야유 속에서 퇴장할 위기다. 금지약물 복용 때문이다. 텍사스 시절이었던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금지약물과 가까이했다는 것을 고백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로드리게스는 지난해 MLB를 들쑤셔놓은 ‘바이오제네시스’ 스캔들의 중심 인물로 지목돼 결국 162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항소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로드리게스는 2014년 양키스의 그 어떤 경기에도 뛸 수 없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임을 고려하면 선수 생명의 치명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뜩이나 기량이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서 1년의 실전 공백을 만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로드리게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강제 은퇴’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돌아와도 차가운 여론을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결국 ‘인과응보’라는 이야기가 많다. 물론 지터도 여성 문제에서는 그렇게 깨끗한 스타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라운드 내에서는 항상 모범생의 모습이었다. 팬들에게 사랑받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이유였다. 클럽하우스에서도 범접할 수 없는 리더였다. 리더십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여기에 금지약물과 관련해서는 스캔들조차 없었을 정도로 청정의 이미지를 자랑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반대였다. 지터 이상으로 헐리우드 스타와 염문을 뿌렸고 이혼 등 방탕한 사생활로 구설수에 올랐다. 젊을 때는 성적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남은 것은 부정적인 이미지와 조롱 뿐이다. 그가 각광받았던 옛 시절을 생각하면 허탈할 정도의 마무리다. 이처럼 지터와 로드리게스의 엇갈린 말년은 어쩌면 MLB에서 뛰고 있는 모든 젊은 선수들에게 경종을 울릴 만한 사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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