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루키시즌은 이미 류현진(27, LA 다저스)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에 빠져 산다. 그런 류현진에게 좋은 자극제가 항상 옆에 있다. 바로 전·현직 사이영상 수상자들인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26)와 잭 그레인키(31)다. 이들을 보면서 류현진도 눈빛을 반짝이고 있다.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은 자타 공인 리그 최정상급으로 손꼽힌다. 당장 지난해 메이저리그 선발진 평균자책점 1위가 다저스였다.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류현진으로 이어지는 ‘쓰리펀치’는 다저스 대반격의 기틀로 평가된다. 여기에 댄 하렌, 폴 마홈이 합류했고 조시 베켓과 채드 빌링슬리라는 부상자들도 재기를 벼르고 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올해도 리그 최고 자리를 놓고 다툴 것이 유력시된다.
스스로는 손사래를 치지만 류현진은 확실한 3선발로 공인받고 있다. 이 자리를 지켜내려는 움직임도 부단하다. 지난해보다 2주 먼저 빨리 미국으로 출국해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왔다. 살이 빠진 모습, 그리고 러닝도 뚝딱 소화해내는 모습에 미 언론들도 1년 전과는 달리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스프링캠프의 공기, 그리고 류현진의 위상은 1년 사이에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처럼 류현진은 강한 의지로 무장해있다. 여기에 보고 배울 것이 있는 동료들의 존재도 큰 힘이 된다. 커쇼와 그레인키는 성실한 자기관리로 정평이 나 있다. 커쇼의 운동량은 MLB 투수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든다는 것이 현지 기자들의 귀띔이다. 선발 등판 다음날부터 많은 러닝을 소화하며 땀을 뺀다. 다저스 클럽하우스에서 땀으로 뒤범벅이 된 커쇼의 모습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레인키는 잘 눈에 띄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역시 자기만의 루틴은 확실하다. 역시 등판 다음날부터 운동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피로감이 많은 탓에 휴식을 취할 만도 하지만 두 선수는 오히려 강한 운동으로 몸을 단련시키는 패턴을 택하고 있다. 보통 등판 다음날은 휴식을 취하는 한국프로야구의 패턴에 익숙해져 있는 류현진도 “저렇게 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 두 선수의 노력은 계속된다. 이미 오프시즌 중 착실하게 몸을 만든 두 선수는 다저스의 스프링캠프 공식 시작과 함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불펜피칭 일정도 무난하게 소화하며 돈 매팅리 감독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런 모습은 류현진에게도 자극이 된다. 류현진은 지난 10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열심히 하는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나에게도 자극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커쇼와 그레인키는 아직 경력에서 류현진보다 앞선 선수들이다. 두 선수가 앞에서 든든하게 버티면 류현진도 부담을 더는 반사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성실한 훈련자세로 모범이 되니 이만한 동료들이 없다. 어쩌면 좋은 선생님들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두 선수 뒤에 있으라는 법은 없다. 두 선수로부터 자극받은 류현진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오히려 두 선수를 자극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다저스가 강해지는 길이기도 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