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추구하는 도전정신은 메달색깔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 이규혁(36, 서울시청)의 아름다운 도전이 이를 증명했다.
이규혁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서 1분10초049를 기록, 최종 21위에 그쳤다. 이후 이규혁은 20년 가까이 쌓아온 국가대표 경력을 마감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이규혁의 은퇴소식은 외신들에게도 큰 화제를 모았다. 올림픽에 6회 연속 도전해 끝내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한 ‘전 월드챔피언’ 이규혁의 도전은 누가 들어도 가슴 짠한 감동을 줬다. 야후스포츠는 13일 “이규혁이 너무 나이가 많아 은퇴를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이규혁은 “이제 싸움과 전쟁이 없는 조용한 삶을 원한다. 오늘 아침 샤워를 하면서 거울을 보니까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 이상 레이싱에서 좋은 결과를 낼 자신이 없다”면서 은퇴를 선언했다.
야후스포츠는 “이규혁은 지난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그는 2007, 2008, 2010, 2011년 네 차례에 걸쳐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최고성적은 2010년 1000m 4위에 불과했다”면서 이규혁의 불운을 소개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규혁의 ‘마지막 도전’은 메달획득 가능성이 더 높았던 모태범의 경기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규혁의 도전은 국민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 셈이다.
jasonseo34@osen.co.kr
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