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무한도전’ vs 지루한 ‘무한도전’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2.13 15: 06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9년간 방송되면서 지겹도록 듣는 말이 있으니, 요즘 재미가 떨어졌다는 것. 또 누군가는 의리로 방송을 본다는 이들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언제나처럼 재미있다는 격한 반응을 쏟아내기도한다.
‘무한도전’이 방송 9년차를 맞았다. 2005년 4월 23일 ‘무모한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무리한 도전’을 거쳐 2006년 지금의 ‘무한도전’이 됐다. 이후 예능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고정적인 형식 없이 매회 색다른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간지 어언 9년이 됐다.
국내 패션쇼 무대 도전을 시작으로 가요제, 에어로빅, 봅슬레이, 레슬링, 조정 특집을 거치면서 ‘무한도전’은 어느새 국민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오랜 기간 동안 공을 들이는 도전 뿐만 아니라 때때로 불우이웃도 돕고 때때로 시민들과 호흡하며 때때로 추격전과 상황극 등의 소소한 특집도 곁들어가며 9년 동안 방송됐다.

하나의 예능프로그램이 10년 가까이 방송되는 일은 드문 일. ‘무한도전’보다 오래된 예능프로그램은 연예정보프로그램 정도다. 때문에 새롭고 더 강력한 재미를 원하는 까다로운 심판을 견디고 있다. 2010년 이후 이 프로그램에게 불거지는 끊임 없는 위기설은 여기서 기인한다. 재미와 감동이 떨어졌다는 지적은 ‘무한도전’에게 어느새 익숙해졌다.
특히 2012년 노조의 파업으로 6개월간 방송을 쉬었던 이 프로그램은 한동안 초심을 잃었다는 냉랭한 시선을 받기도 했고, 지난 해 말에는 시청률 하락으로 힘이 빠졌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실제로 ‘무한도전’은 웃음의 강도가 일정하지 않다. 어떤 특집은 시청자들에게 무리수이며 실패한 특집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지루할 때도 있고, 어떤 특집은 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기발할 때도 있다.
특별하게 정해진 틀 없이 제작진이 던져놓은 하나의 상황 속에서 멤버들이 그때 그때 꾸려나가는 우발적인 즐거움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불확실성이 반복되고 있는 것. 이는 ‘무한도전’의 성공 이후 수년째 탄생하고 있는 리얼 예능프로그램이 가진 공통적인 숙제이기도 하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과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MBC '일밤-아빠 어디가' 등 리얼 예능프로그램은 끝없이 자기복제를 피하면서 즐거움을 안기기 위한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PD는 최근 OSEN에 “과거 잘 짜인 대본대로 예능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과 달리 요즘 리얼 예능프로그램은 특성상 출연자들간의 조화를 통한 웃음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매회 재미있는 상황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작진과 출연진의 부담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고 프로그램 생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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