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이유있는 경쟁자 칭찬하기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2.13 16: 14

"(이)재곤아. 너보다 (배)장호가 훨씬 낫더라."
롯데는 13일 일본 가고시마에 내린 비로 실내 연습장에서 오전만 훈련하고 일찌감치 일정을 마무리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점심식사를 하던 도중 음식을 덜고 있던 이재곤을 불러 이와 같은 말을 했다. 얼굴이 붉어진 이재곤은 짧게 '네'라고 한 마디만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배장호가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했다. 사이드암 투수인 배장호는 군입대 전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했었는데 작년까지 이재곤의 보직과 정확하게 겹친다. 게다가 롯데에는 수준급 잠수함투수가 많기 때문에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이재곤을 향한 김 감독의 '일침'은 의도적인 것이었다. 김 감독은 "재곤이 한테는 '장호가 너보다 한수 위 선수'라고 말하고, 장호 한테는 그 반대로 이야기한다. 일부러 그렇게 이야기 하는데, 선수들이 자극을 받아 열심히 야구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감독은 "재곤이한테 '1군에 옆구리투수 다섯 명이나 두겠냐. 기껏해야 두 명이 전부다'라는 말도 했다. 물론 공을 잘 던지면 몇 명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냐. 그래도 선수들을 자극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모진 이야기를 한다"고 덧붙였다.
모두 선수에게 애정과 기대가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전날 김 감독은 황재균이 방송 인터뷰를 하고 나오자 "(저 방송국은) 아무 선수나 다 인터뷰 하나보다"라고 말했다. 이것도 선수를 자극하기 위한 방법이다. 특히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김 감독의 일침은 계속되고 있다.
김 감독 별명은 잘 알려졌다시피 신사다.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불펜피칭을 지켜보다가 부족한 선수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따끔하게 지적하기까지 한다. 달라진 김 감독의 모습과 함께 롯데 선수단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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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일본)=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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