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한국 女 쇼트트랙, 500m 잔혹사... 8번 도전서 'No 金'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2.13 21: 22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따냈으나, 일곱 번의 올림픽 도전에서 단 한 번도 한국에 금메달을 안겨준 적 없는 여자 500m의 벽은 역시나 높았다. 박승희(22, 화성시청)가 분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여덟 번의 금메달 도전은 끝내 무산됐다.
박승희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선에서 몸싸움에 밀려 넘어지며 4위로 들어왔다. 그러나 앞선 순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실격되면서 3위를 인정받아 동메달을 획득했다.
박승희의 투지가 돋보였다. 강력한 우승후보 판커신(중국)의 결승 진출 실패부터 좋은 스타트까지, 모든 면에서 박승희의 금메달 가능성이 높은 한 판이었다. 노련한 레이스로 금메달을 바라보던 박승희에게 불운이 덮친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잘 달리다 다른 선수의 방해로 미끄러지며 금메달의 꿈을 놓치게 된 것.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질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박승희로서는 또 한 번 한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가 됐다.

세계 정상을 자랑하는 한국 쇼트트랙은 유독 500m에 약했다. 1000m와 1500m, 남녀 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3관왕을 수두룩하게 배출했지만 500m는 취약종목이었다. 특히 여자 500m는 쇼트트랙이 시범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1988 캘거리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 된 1992 알베르빌동계올림픽을 거쳐 지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까지 7번의 대회에서 단 하나의 금메달도 수확하지 못했다.
남자의 경우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채지훈이 금메달을 딴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로는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단 한 번도 없었다.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안현수가 500m 결승에 올랐으나 동메달에 그치며 4관왕이 불발됐고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도 성시백이 동메달을 목에 건 것이 끝이었다.
여자의 경우는 더욱 잔혹했다. 기술과 순발력이 중점이 되는 쇼트트랙 중에서도 500m는 초반 스타트와 체격적인 부분이 큰 영향을 미친다. 유럽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쉽게 밀리는 한국은 500m에서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전이경)의 동메달이 끝으로, 16년 동안 여자 500m의 메달전선은 꽁꽁 얼어있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박승희는 외신들로부터 500m의 유력 우승 후보로 손꼽혔다. 미국 외신들은 "박승희가 한국 쇼트트랙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여자 500m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박승희가 해낸다면 한국은 8번의 올림픽 도전 끝에 처음으로 500m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보도했고, 스포츠주간지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심석희를 은메달, 박승희를 동메달로 예상하며 메달권으로 봤다.
하지만 있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불운이 박승희를 덮쳤다. 좋은 출발로 선두에 서서 레이스를 펼치던 박승희는 무리하게 인코스로 파고들다 넘어진 크리스티에 의해 미끄러지고 말았다. 끝까지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은 박승희는 크리스티의 실격으로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500m 노골드의 잔혹사는 계속되게 됐다.
costball@osen.co.kr
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