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핑 돌더니 기어코 엉엉 울음이 터졌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눈물을 털고 환하게 미소지은 박승희(22, 화성시청)는 "단거리에서 딴 메달이 수확"이라며 스스로 마음을 추슬렀다.
박승희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선에서 몸싸움에 밀려 넘어지며 4위로 들어왔다. 그러나 앞선 순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실격되면서 3위를 인정받아 동메달을 획득했다.
박승희의 투지가 돋보였다. 강력한 우승후보 판커신(중국)의 결승 진출 실패부터 좋은 스타트까지, 모든 면에서 박승희의 금메달 가능성이 높은 한 판이었다. 노련한 레이스로 금메달을 바라보던 박승희에게 불운이 덮친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잘 달리다 다른 선수의 방해로 미끄러지며 금메달의 꿈을 놓치게 된 것.

좋은 출발로 선두에 서서 레이스를 펼치던 박승희는 무리하게 인코스로 파고들다 넘어진 크리스티에 의해 미끄러지고 말았다. 앞서 달리던 박승희는 크리스티에 의해 살짝 밀리면서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는 불운을 겪었다. 당황한 표정으로 넘어지자마자 다시 일어난 박승희는 얼음에 걸려 한 번 더 넘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 레이스를 계속했고,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부지불식간에 벌어진 당황스러운 사태에 박승희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듯 가까워졌던 금메달에 대한 속상함에 눈물이 터졌고,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그 눈물은 좀처럼 멈추질 않았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눈물을 닦고 의젓한 모습을 보인 박승희는 "앞에 가고 있는데 뒤 선수들 충돌이 있었던 것 같다. 나를 살짝 건드렸다. 이미 끝난거니까 후회는 없다. 다만 안타까울 뿐"이라며 "그래도 단거리에서 메달을 땄다는 것이 큰 수확이다. 이제 시작이니까 메달을 땄다는 사실을 좋게 생각하고 만족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오뚝이 정신으로 여자 쇼트트랙에 전이경(1998) 이후 16년 만의 단거리 동메달을 안긴 박승희.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달린 박승희의 오뚝이 정신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뜨겁게 했다. 취약종목인 500m에서 메달을 따내며 전 종목 메달 획득도 바라볼 수 있게 된 여자 쇼트트랙은,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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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