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잇따라 넘어진 한국, 男 쇼트트랙부터 女 빙속까지 '불운'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2.14 06: 50

한국 빙속에 있어 불운의 날이었다. 이변이 발생하기 쉬운 쇼트트랙부터 필사의 역주를 펼친 스피드스케이팅까지 잇따라 빙판에 넘어지고 말았다.
시작은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었다. 이한빈을 비롯해 이호석(28), 박세영(21), 신다운(21)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3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준결선에서 탈락하며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1조에서 준결승전을 가진 한국은 이한빈이 1번 주자, 박세영이 2번 주자, 신다운이 3번 주자, 이호석이 4번 주자로 나섰다. 3위로 경기를 시작한 한국은 얼마 안 있어 2위로 올라선 후 20바퀴를 남기고는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선두를 선두에 잠시 내줬지만 이내 다시 자리를 되찾았다. 그러나 경기 막판 이호석과 미국의 에두아르도 알바레스의 충돌로 넘어지면서 선두 자리를 네덜란드에 내주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2위 자리도 잡지 못하고 결선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이후 12년 만의 결선 좌절이었다.
남자 계주 탈락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박승희(22)가 또 한 번 빙판에 넘어졌다. 박승희는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선에서 몸싸움에 밀려 넘어지며 4위로 들어왔다. 그러나 앞선 순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실격되면서 3위를 인정받아 동메달을 획득했다.
좋은 출발로 선두에 서서 레이스를 펼치던 박승희는 무리하게 인코스로 파고들다 넘어진 크리스티에 의해 미끄러지고 말았다. 앞서 달리던 박승희는 크리스티에 의해 살짝 밀리면서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는 불운을 겪었다. 당황한 표정으로 넘어지자마자 다시 일어난 박승희는 얼음에 걸려 한 번 더 넘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 레이스를 계속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트랙은 워낙 변수가 많은 종목이고 기록 자체보다 누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바뀌기 때문에 치열한 몸싸움도 자주 벌어진다. 때문에 다른 선수들의 몸싸움에 피해를 입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박승희의 경우가 바로 그런 예였다.
쇼트트랙과 달리 스피드스케이팅은 기록 경기다. 두 명의 선수가 인-아웃 레인을 나눠 달리는 스피드스케이팅은 0.01초라도 더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다. 몸싸움이 없기 때문에 부딪혀 넘어지거나 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이날 한국 대표팀에 찾아든 불운은 스피드스케이팅도 빗겨가지 않았다. 이보라(28)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서 또 한 번 넘어지고 만 것. 이보라는 인코스에서 스타트를 끊어 레이스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레이스 막판 넘어지면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 이보라는 다시 일어서서 레이스를 마쳤지만 1분 57초49라는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200m 18초25, 600m 46초71로 선두에 크게 뒤지지 않는 좋은 기록이었기에 넘어지지 않고 달렸다면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잇따라 선수들이 넘어지면서 선수들 본인은 물론 지켜보는 사람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4년 동안의 노력이 무산되는 순간의 아픔을 지켜봐야했기 때문이다.
한국 빙상에 있어 '불운의 날'로 기억될 13일이지만, 아직 남아있는 경기가 많다. '액땜'이라 생각하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남은 레이스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펼쳐주기만을 바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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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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