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의 고속슬라이더, ML서도 통할까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2.14 06: 25

긴 터널을 지나 빛이 보인다. 통산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 직행에 도전한 윤석민(28)이 볼티모어 입단을 눈앞에 둔 상태다.
볼티모어 현지 언론은 13일(한국시간) “볼티모어가 윤석민과 3년 575만 달러(약 61억2000만 원)에 선발 등판 횟수에 따른 보너스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계약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보너스를 모두 받을 경우 1300만 달러까지 받으며, 마이너리그행 거부조항도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피지컬테스트부터 스프링 트레이닝 컨디션·시범경기 등이 남아있으나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면, 4월 빅리그 데뷔전을 치를 것이다. 볼티모어는 크리스 틸먼·천 웨인·미구엘 곤살레스로 상위 선발진을 확정지었는데, 윤석민이 선발진에 합류하면 4선발, 혹은 5선발에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역시 슬라이더다. 윤석민은 140km 중반대에 이르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한국프로야구 타자들을 압도해왔다. 구속과 투구가 변하는 각도만 놓고 보면,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서도 경쟁력이 있다. 텍사스 에이스투수 다르빗슈 유의 슬라이더처럼, 윤석민의 마구 또한 빅리그서도 통할 확률이 높다.
윤석민이 슬라이더로 빅리그를 호령하기 위해선 먼저 공인구의 벽을 넘어야 한다. 이미 많은 한국투수들이 WBC 무대서 공인구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은 바 있다. 대부분의 투수들은 WBC 공을 두고 “굉장히 미끄러워 실밥이 잘 잡히지 않는다. 처음에는 공이 그냥 빠져버리곤 했었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 또한 “실밥이 한국 공처럼 두껍지 않기 때문에 슬라이더와 커브가 잘 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체인지업을 던지기에는 메이저리그 공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WBC와 똑같은 공을 사용한다.
물론 윤석민도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경험해 봤다. 윤석민은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 WBC에 출장해 호투했다. 하지만 제2회 WBC서 윤석민은 슬라이더보다 체인지업으로 재미를 봤고, 제3회 WBC에선 100% 컨디션은 아닌 상태로 마운드에 올랐다. 공인구로 마구 수준의 슬라이더를 던진 경험은 아직 없는 상태다.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분명한 부분은 윤석민이 상당한 기량을 갖추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윤석민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점이다. 공인구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적응을 순조롭게 마친다면, 지난해 류현진에 이어 한국야구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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