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이라 더 치명적이었다. 영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 방송인 허지웅은 그간 방송에서 보였던 나쁜 오빠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인간적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허지웅은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현장 토크쇼 택시'(이하 '택시')에 출연해 게이설과 열애설, 어린 시절부터 과거 이혼 경험과 결혼에 대한 생각 등을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날 방송은 허지웅이 홀로 사는 연남동 집 내부를 공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방송을 통해 엿볼 수 있었던 허지웅의 집 책장에는 책이 가득해 칼럼니스트다운 지적인 취향이 돋보였다. 또 잘 꾸며진 깔끔하고 아늑한 실내는 예민한 성격을 반영하는 듯 해 눈길을 끌었다.

아니나 다를까, 허지웅은 자신에게 병적인 결벽증이 있다고 말했다. “노홍철 급이냐”라고 묻는 MC김구라의 질문에는 매일 청소를 할 뿐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은 벽과 천장까지 청소를 한다며 이를 긍정했다.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던 것은 연이어 터뜨린 폭탄 발언들. 그는 20대 여성들의 다양한 질문을 듣고, 그에 대해 대답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밝힌 것은 게이설의 진위. 허지웅은 “20대 때는 내가 게이인 줄 알았다. 나는 일반 친구보다 이반 친구들이 더 많다. 그런데 하다 보니 아닌 것 같더라”고 말하며 어린 시절 스쳐지나갔던 동성애 경험을 밝혔다.
그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털어놨다. 자신에게 대시해 온 여자 연예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며 “(그 분이) 훌륭했는데 성격적으로 잘 안 맞아 안 됐다”라고 설명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또 모 프로그램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모델 한혜진-곽정은 기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 관계가 아니다”라고 해명을 했다. 특히 곽정은 기자에 대해서는 “내가 안 좋아하는 면을 다 가진 여자다. 나는 정말 타인의 연애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한다”, “여성으로 매력을 못 느낀다”며 곽 기자 특유의 이성적인 연예 멘토링 방식에 불평하기도 했다.
허지웅의 이십대 초반은 쉽지 않았다. “부모님의 이혼이 정신적으로 많은 영향 미쳤다”고 밝힌 그는 대학생 당시 아르바이트 3개에 야간에는 고시원 총무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했던 것을 회상했다. 너무 힘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찾아간 아버지는 한 학기 등록금만 대달라는 그의 부탁을 돈이 없다며 들어주지 않았고 그는 그런 아버지에 대해 “얼마 전에 가서 아버지 직장에서 말씀을 들어보니 그럴 수 있겠더라 생각했다. 인간적으로 이해가 되는데 아버지나 어머니의 남편으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혼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골로 보낼 수 있는 게 결혼이다”라고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에 MC들은 조심스레 그의 이혼 경험에 대해 물었고 허지웅은 책임을 지지 못한 스스로에 대해 자책하며 “(전부인이) 이혼 하자고 할 때 무릎을 꿇고 빌었다”라고 이혼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나는 헤어진 와이프랑 결혼하고 싶다. 진짜 훌륭한 사람인데 내가 잘못을 확실히 한 것 같다. 혼인 신고도 안 하고, 애도 안 낳겠다고 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안 보였던 것 같다. 여러모로 같이 인생을 살아가는 비전이 안 보인 거다”라고 밝히며 후회의 마음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그는 앞으로 결혼을 할 생각이 없음을 말하며 “결혼은 안 할 거다.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하고도 안 됐는데 간디를 만나야 하나, 누굴 만나야 성공할 수 있는 거냐”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의외의 면모도 돋보였다. 허지웅은 "추사랑 때문에 인식의 변화까지 왔다. 요즘엔 아이들이 귀엽더라"며 "입양까지 생각했다. 얼마 전에 알아봤다. 고민하고 있다. 충동적으로 할 건 아니다"라고 그 누구도 피해가지 못한 '추사랑앓이'에 빠졌음을 고백했다. 실제 허지웅 집에 있는 냉장고 위에는 추사랑의 사진이 붙어있기도 해 웃음을 자아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허지웅은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밝히며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아이를 좋아하고, 이혼한 전 부인에 대해 여전히 묻어나는 사랑, 아버지에 대한 솔직한 생각 등은 그간 여타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알 수 없는 인간 허지웅의 한 면을 엿보게 했다.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허지웅의 남은 활약이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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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