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 금액은 눈높이에 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대신 안정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볼티모어와 최종 협상을 마무리한 윤석민(28)의 계약을 두고 “최선을 선택했다”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현지 언론들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늦게 볼티모어와 윤석민의 계약을 알렸다. 아직 정확한 금액이 구단으로부터 확정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대략 3년 최대 1300만 달러의 계약으로 전해졌다. 이 중 보장 금액은 약 575만 달러 가량이다. 보도하는 매체마다 다소간 차이는 있으나 그 오차는 그리 크지 않다. 아직 종합신체검사를 의미하는 피지컬 테스트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지에서는 통과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봉이 올라가는 전형적인 MLB 계약이다. 보장 금액만 놓고 보면 연 평균 약 190만 달러 정도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적다. 이에 대해 한 현지 에이전트 관계자는 “아무래도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 지난해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사실 연 20억 정도는 국내에서 4년간 FA 계약을 해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평균 금액이다.

하지만 세부조건을 뜯어보면 크게 나쁜 것은 아니다. 우선 금액이 적은 대신 보너스에서 만회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 현지 언론에서는 “선발 등판 횟수에 따라 보너스가 다음해 연봉에 추가돼 기본 연봉이 올라가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선발 등판 외에도 다른 조건에서도 보너스가 걸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한 시즌을 건강히 보낸다면 충분히 따낼 수 있는 정도의 조건일 것이 유력하다”라고 했다.
만약 3년 동안 자신에게 걸린 1300만 달러를 모두 따낸다면 2011년 겨울 볼티모어와 계약한 천웨인(3년 약 1100만 달러)보다 더 좋은 조건이 된다. 같은 시기에 계약한 와다 츠요시(2년 815만 달러)보다도 총액이 더 많다. 세 선수 모두 MLB 경력이 없었는데 윤석민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프로야구에서 직행한 사례로 두 선수보다는 더 불리한 조건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금액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계약 기간이 예상보다 길었다. 당초 2년 정도 계약이 유력했으나 3년 계약에 합의했다. 잘 던진다는 가정이라면 2년 계약이 향후 몸값 계산이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MLB 소식을 전하는 < MLB데일리디쉬>의 크리스 코틸로 기자는 “윤석민이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계약에 넣었다”라고 전했다. 보통 스타급 선수들이 아니라면 얻기 힘든 그 조건을 따낸 것이다.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요소일 수 있다. 이는 부상만 없다면 계약기간 3년을 모두 MLB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분명 아직 MLB에 적응해야 할 부분이 있다. 만약 이 조항이 없었다면 데뷔 시즌부터 입지가 오락가락할 수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이너 거부권을 얻음으로써 3년 동안 안정적인 여건에서 MLB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윤석민이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보는 결정적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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