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꿈의 시청률 30% 돌파를 눈 앞에 뒀다.
전지현이라는 보물 같은 배우의 브라운관 복귀, 믿고 보는 시청률 보증수표 김수현의 하모니가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를 견인하는 결정적인 요소. 여기에 박해진, 신성록이 구사하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로코에 스릴러가 더해진 독특한 향기를 갖게 했다.
'별에서 온 그대'를 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전지현, 김수현에 올인된다. 예쁘기만한 했던 전지현이 망가지는 모습이 재미있다는 평. 여기에 키 크고 잘 생기고 돈 많은데 다른 여자는 쳐다도 안 보는 김수현과의 하모니는 달콤하다.

전지현은 드라마에서 '잘' 망가졌다. 그는 만취는 기본, 엉망으로 노래를 부르는 민망한(?) 가창력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마스카라가 턱 끝까지 번진 채 김수현에게 들이대는 모습이나, 고스톱을 치며 너스레를 떠는 장면으로 톱스타 천송이에게 인간미를 불어넣었다.
그는 작정한 듯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중심을 잡으며 망가지는 노련함으로 매력을 더했다. 특히 극이 후반으로 흘러가면서 치닫는 김수현과의 슬픈 로맨스는 가볍기만한 천송이가 아니라 무게감 있는 천송이로 비쳐지며 새로운 일면을 드러내는 중이다.
김수현은 그야말로 여성들의 '꿈'과 같은 존재로 등장한다. 외계인이라는 전제는 대놓고 판타지에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 그가 맡은 도민준은 인간과 타액이 섞이면 안되는 특징을 가졌다. 본의 아니게 400년을 지켜온 정조를 천송이라는 한 여자에게 올인하는 중이다.
극에서 송이에게 마음을 주기까지 민준은 참 긴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한 달 뒤에 자신의 별로 돌아가야 한다는 설정은 잔인해서, 민준을 화내고 울고 취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 못지 않게 힘들어 하는 송이를 보며 지구에 남겠다고 결심했다. 죽음까지 불사한 지고지순한 사랑이다.
그렇다고 '별에서 온 그대'에 사랑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준-송이의 주변에는 소시오패스인 이재경(신성록 분)이 있다. 송이는 너무 어린 나이에 아버지와 생이별을 한 상처를 가졌다. 재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스토리에서는 진한 긴장감이, 아버지라는 이름 앞에서 눈시울을 적시는 송이의 모습에서는 휴머니즘이 만들어진다.
'별에서 온 그대'는 외계에서 온 민준, 15초 안에 남자를 쓰러지는 마성의 톱스타 송이의 사랑이야기를 다룬다. 외계인과 톱 여배우의 만남이라는 설정은 논리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설정. 대놓고 현실성에서 벗어나며 과감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시간 정지, 공간 이동, 불로장생의 초능력에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필요도 없이 몰입할 수 있다. '대놓고 판타지'를 추구함으로써 현실성에서 한 걸음 물러났고, 일보후퇴로 백보전진하는 성과를 거뒀다.
에필로그를 드라마 마지막에 배치하는 독특한 구성도 재미를 더했다. 흐름상 드라마에서 표현하지 않았던 뒷이야기를 에필로그를 통해 전하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높였다. 깨알 같았던 민준의 400년 파란만장했던 인생사가 공개된 것도 에필로그였다. 최근에는 떠나야 하는 민준과 그를 붙잡고 싶은 송이의 속마음을 전하는 도구로 이용됐다. 본방 60분만큼이나 강한 임팩트를 남긴 것이 에필로그라는 평.
만화 '설희'의 강경옥 작가로부터 표절 의혹을 받으면서 마음고생을 했지만, '별에서 온 그대' 박지은 작가는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자신의 필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박 작가는 유쾌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스토리로 시청자들과 소통해왔던 인물. 과거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을 집필해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전작과 비교할 때 이번 작품은 타깃 연령이 대폭 낮아졌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트렌디한 감각으로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한 모습이다.
한편 14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3일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 17회는 전국 기준 시청률 27.0%를 기록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종전 최고 기록인 26.4%를 0.6%포인트 끌어올리는데 성공하며 최고 시청률 경신에 성공했다. 특히 수도권 기준 시청률은 29.5%까지 치솟으며 30% 돌파도 기대해볼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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