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 '만리장성'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며 4강 진출의 먹구름이 끼게 됐다.
신미성(36)과 김지선(28) 이슬비(26) 김은지(25) 엄민지(23, 이상 경기도청)으로 구성된 여자 컬링대표팀(세계랭킹 10위)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큐브 컬링센터에서 열린 컬링 라운드 로빈 세션 7 중국(세계랭킹 5위)과 경기서 8엔드서 기권하며 3-11로 완패를 당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였다.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2승 2패로 공동 4위에 올라 있었다. 앞서 일본을 꺾으며 산뜻한 출발을 알린 한국은 '세계최강' 스위스와 스웨덴에 연패한 뒤 '개최국' 러시아를 상대로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날 패배로 2승 3패를 기록한 한국은 일본과 함께 공동 7위로 떨어지며 험난한 여정을 걷게 됐다.

당초 한국의 4강 시나리오는 6승 3패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을 꺾여야 했다. 남은 4경기 중 세계최강인 캐나다(세계랭킹 2위)와 마지막 경기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자신감도 있었다. 한국은 지난해 중국과 맞붙어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9 세계선수권 우승,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동메달에 빛나는 중국은 이날 분명 한국 보다 한 수 위였다.
4강 시나리오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의 남은 상대는 영국(세계랭킹 3위), 덴마크(세계랭킹 6위), 미국(세계랭킹 7위), 캐나다(세계랭킹 2위). 가시밭길이다. 기적의 4연승 혹은 최소 3승을 해야 4강을 바라볼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중국의 컨디션은 정말 좋았다. 2연승 뒤 2연패를 당한 팀 같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맏언니' 신미성을 비롯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2엔드와 7엔드 대량 실점이 아쉬웠다.
1엔드 탐색전을 통해 0-0으로 마감한 한국은 2엔드서 대거 3점을 헌납하며 주도권을 내줬다. 한국은 3엔드 후공으로 시작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다소 부정확한 투구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엔드 후반 집중력을 발휘하며 2점을 획득, 2-3으로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승부처는 5엔드였다. 2-3으로 끌려가고 있었던 한국은 추격이 필요했다. 하지만 도리어 3점을 허용, 2-6으로 뒤지며 승기를 내줬다. 투구시 정확성과 집중력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6엔드 1점을 만회한 한국은 7엔드 중반 신미성의 투구로 더블 테이크아웃에 성공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듯했다. 그러나 뒷심이 부족했다. 한국은 다시 한 번 3점을 내주며 3-9로 무너졌다. 이후 8엔드서 2점을 더 내준 한국은결국 기권을 선언하며 완패를 인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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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