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주력멤버 가운데 90번대 등번호를 다는 선수는 많지 않다. 류현진(다저스)이 99번을 달고 프로야구를 주름잡아 그러한 인식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많은 선수들은 70번을 넘어가는 등번호를 선호하지 않는다.
롯데 좌완 에이스 쉐인 유먼은 올해로 3년 째 97번을 달고 뛰게 됐다. 2012년 롯데 입단 당시 정했던 등번호 그대로다. 14일 가고시마 가모이케 구장에서 만난 유먼에게 그 속사정을 들어봤다.
97번은 유먼이 원해서 달고 뛰는 번호는 아니다. 롯데 입단 당시 남는 번호가 그것 밖에 없었다는 게 유먼의 설명이다. 그는 “처음에 10번, 60번대 번호들, 95, 96, 97번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번호들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97번을 택했다”고 했다.

사실 10번이라는 좋은 ‘명당번호’가 있지만 유먼은 그 번호를 택하지 않았다. 바로 직전 해 팀을 떠난 이대호가 달았던 번호였기 때문이다. 이후 10번을 달았던 두 명의 투수(리치몬드, 송창현) 모두 공교롭게 롯데를 떠나게 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지금은 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하준호가 10번을 달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97번이라는 번호가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유먼. 그렇지만 그 속에서 좋은 점도 찾았다. 유먼은 “일단 97년은 내가 고교를 졸업한 해다. 그리고 숫자를 뒤집으면 79가 되는데, 내가 태어난 연도”라면서 “사실 처음에는 16번을 달고 싶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구든의 번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9와 7을 더하니 16이 되더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때문에 이제는 정이 들어 마음에 드는 번호가 됐다고 한다.
유먼이 언급한 드와이트 구든은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의 신인선수였다. 신인이던 1984년 메츠 소속으로 17승 9패 평균자책점 2.60으로 신인왕을 탔고, 이듬해에는 24승 4패 평균자책점 1.53으로 사이영 상까지 탔다. 데뷔 후 2년 동안 구든은 41승을 거뒀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한편 유먼은 이번 겨울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무릎 부위에 있는 작은 뼛조각을 녹여 제거하는 수술이었는데 이진오 트레이너는 “수술이라기보다 시술에 가깝다. 지금은 훈련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먼 역시 “무릎에는 이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14일 캐치볼로 시동을 건 유먼은 16일 첫 불펜피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2014시즌 실전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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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일본)=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