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서 너클볼러 명맥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과거 김경태(은퇴), 마일영(한화) 등이 너클볼을 구사했지만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고, 작년에는 옥스프링(롯데)과 배영수(삼성)가 조금씩 구사했을 뿐이다.
투수라면 모두 장난삼아 너클볼을 한 번씩은 던져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캐치볼을 할 때 던지는 것과 실전에서 던지는 건 다르다. 너클볼은 회전을 없애는 게 중요한데, 조금이라도 회전이 걸리면 배팅볼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너클볼을 받아낼 포수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제약조건 때문에 제대로 된 너클볼 투수는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팀 웨이크필드(은퇴), 그리고 R.A. 디키(토론토) 존재 덕분에 너클볼에 대한 환상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마구'라는 인식은 폭넓게 퍼져 있다. 제대로 된 너클볼을 보는 것도 야구팬들에게는 가슴 두근거리는 일임에 틀림없다.

올 시즌에는 옥스프링이 좀 더 자주 너클볼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고시마 캠프에서 만난 옥스프링은 "올해 승부처에서는 너클볼을 좀 더 많이 던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옥스프링은 직접 자신만의 너클볼 그립을 쥐어 보이기까지 했다.
옥스프링은 LG 시절이던 2007년과 2008년에도 종종 너클볼을 던졌다. 작년에는 미처 준비가 되지 않아 몇 번 던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웨이크필드와 옥스프링의 너클볼 던지는 법을 비교해 보면, 웨이크필드는 포크로 공을 찍듯이 잡은 뒤 팔 스윙만으로 공을 던졌다면 옥스프링은 손목 스냅까지 더해준다고 한다.
공 움직임은 팔 스윙만으로 던지는 쪽이 월등하지만, 대신 옥스프링처럼 너클볼을 던지는 것도 장점이 있다. 정민태 투수코치는 "공 움직임도 살아 있으면서 구속도 보통 너클볼보다 잘 나온다"면서 "올해 옥스프링 너클볼 구사를 늘리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스프링 역시 동료들과 캐치볼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14일 캐치볼 훈련에서 옥스프링은 홍성민과 짝을 이뤄 공을 주고받았는데, 홍성민은 옥스프링 공을 잡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궤적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글러브를 갖다 대는 건 의미가 없다. 홍성민은 마지막 순간까지 공을 주시하다가 겨우 잡아내곤 했다.
그 와중에도 홍성민은 옥스프링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너클볼을 잡는 게 정말 힘들더라"며 혀를 내두르더니 "다만 너클볼이 높게 들어올 때 움직임이 덜했다. 그래서 옥스프링에게 낮게 던지는 걸 신경 쓰도록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물론 캠프에서 열심히 준비를 한 뒤에 실전에서는 너클볼을 봉인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준비한대로 옥스프링이 너클볼을 구사한다면 올 시즌 프로야구를 보는 색다른 재미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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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일본)=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