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대재난+고전 멜로, 참을 수 없는 유혹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2.15 10: 25

재난 블록버스터는 가족 이야기와 짝꿍이다. 갑작스럽게 닥친 엄청난 비극은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데, 여기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장치가 가족이다.
하지만 20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폼페이:최후의 날'(이하 폼페이)는 최근 몇 년간 등장한 국내외 재난 블록버스터와는 다르게 가족이 아닌 '연인'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는 '폼페이'가 신드롬을 일으켰던 1997년작 '타이타닉'과 비교선상에 놓이는 점이기도 하다.
'타이타닉'과 '폼페이'는 실화 바탕이라는 점도 공통된다. '타이타닉'은 해난 사고, '폼페이'는 실제 '인간 화석'에서 비롯된, 역사에 기록된 사상 최대 화산 폭발을 배경으로 한다. 둘 다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타이타닉'은 1912년 북대서양 항로에서 빙산과 충돌해 1,513명의 생명을 앗아간 당시 세계 최대의 해난 사고를 영화화했고, '폼페이'는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 폭발을 다뤘다. 실제로 이 화산 폭발은 단 하루 만에 도시 전체를 사라지게 만든 엄청난 위력의 폭발이었는데, 이는 히로시마 원폭의 10만 배에 가까운 힘이었다고. 또한 폭발의 여파로 베수비오 화산의 고도는 약 2,000피트 정도 낮아졌으며 분출물은 바닷가를 뒤덮어 항구도시였던 폼페이를 내륙 도시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남겼다.
이 재난 속에 첫 눈에 끌려 사랑에 빠진 두 남녀 이야기는 아빠가 아내가, 혹은 자식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내용과는 다르다.
재난 블록버스터 속에서 노부부가 끝까지 두 손을 꼭 붙잡고 다가오는 재난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바 있다. 이런 죽음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농익고 고요한 사랑과는 달리, 막 이제 시간이 필요한 사랑을 맞이한 두 젊은 청춘 남녀는 그 만큼 뜨겁고 애달프다. 이는 가장 고전적인 정통멜로의 모습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쥴리엣'이 원수라는 가문의 역사 앞에서 못 이룰 사랑에 기꺼이 목숨까지 내놓은 청춘의 혈기를 보여줬다면, 용암과 화산재가 다가오고 해일이 덮쳐오는 하늘이 내린 재난 속 젊은 남녀는 그들의 소우주까지도 부숴버리는 비극 앞에서 더욱 숙명적이 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두 사람은 '타이타닉' 속 연인의 신분 격차와는 차원이 다르다. 남자는 노예 검투사이고 여자는 영주의 딸이다. 이 영주의 딸에게는 그와 정략결혼을 하려는 악인 권력자도 있다. 겹겹이 쌓인 재난 속 두 남녀의 사랑은, 장애물만큼 뜨거워진다.
이와 함께 영화 '글레디에이터', 미드 '스파르타쿠스' 등을 통해 보아 온 유혹적이고 섹시한 시대의 풍경은 이 아픈 사랑 이야기에 색을 더한다. 실제로 극 중 원형경기장 등에서 펼치는 주인공 마일로(킷 해링텅)의 검투 액션은 이 영화의 큰 볼거리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80인조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OST를 통해 디즈니 초기 작품들의 웅장한 매력을 회상하게끔 만들어 '음악'과 '향수' 라는 올 겨울 극장가 흥행 코드의 선두에 섰다면, '폼페이'는 고전적인 러브스토리의 부활로 다시금 관객들의 향수와 감성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비극적인 세상의 중심에 놓인 연인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다. 그 마지막은 해피엔딩일까 새드앤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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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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