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네' 문영남, 결론적으로 임성한과 달랐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2.15 14: 31

'왕가네 식구들'이 종영까지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50회 대장정의 마무리다. 결론적으로 문영남 작가의 신작이었던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은 함께 비교선상에 놓여 온 임성한 작가의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와는 그 마지막 분위기가 다르다.
우선 '왕가네 식구들'은 국민드라마의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는 40% 이상의 시청률을 얻었다. KBS의 전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이 내용적으로나 시청률적으로나 밍밍한 수준이었다면 '왕가네 식구들'은 시작부터 폭주기관처럼 내달렸다. 
사실 시청자 반응으로만 따지자면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 공주' 만큼 치열하고 뜨거웠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원만했던 것만은 아니다. 상식 이상의 시집살이, 며느리 오디션, 납치 사기극 등의 캐릭터-설정 등은 막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욕 하며 보는 드라마'라는 이야기도 피할 수 없었다. 보기는 싫은데 틀어놓는 드라마란 칭찬도 욕도 아닌 평을 듣기도 했다.

그래도 후반부로 진행됨에 따라 '오로라 공주'의 막장과는 차별이 있었다. 시청률도 그렇지만, 결말을 대하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그것이다.
두 드라마 모두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하지만 갈등의 봉합을 남겨 놓고 그것을 지켜보는 느낌이 다르다. 
'오로라 공주' 같은 경우는 '과연 마지막에는 누가 살아남고 누구 자식일까'란 궁금증을 놓고 시청자의 시각은 일종의 포기를 넘어 관조적이었다. 작가가 벌려놓은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과연 이번에는 어떤 진풍경이 펼쳐질까'란 생각으로 쳐다보는 구경꾼 같은 입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만큼 캐릭터와 상황에 대한 감정이입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가네 식구들'은 시청자들이 캐릭터 고민중(조성하 분)에 감정 이입해 과연 그가 누구를 선택해야 하냐를 두고 함께 고민을 하는 분위기다. 고민중이 진정한 사랑인 오순정(김희정 분)과 악역이지만 조강지처인 왕수박(오현경 분) 중 확실하게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전국적인 화두라고 할 만 하다. 더욱이 이 같은 문제는 양측의 선택 모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기에 시청자들을 본방 사수를 하게 만들고 있다.
이 배경에는 고민중이 드라마의 막장을 상쇄시킨 호감 캐릭터라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못되고 이해 안가는 인물들이 많아도 내가 하나 정 붙일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볼 수 있는 게 드라마다. '왕가네 식구들' 같은 경우는 고민중이나 왕봉(장용 분)이 이 역할을 많이 했다. 이 인물들은 우리네 아버지들의 애달픈 현실을 투영하고 있어, 남성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자아냈으며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모성 본능을 자극했다. '오로라 공주'에서는 그래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었던 나타샤, 설설희 등이 중간에 갑자기 없어졌다 성정체성을 바꿔 나타나거나, 갑자기 "암세포도 생명이다"라는 등의 대사를 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소 식게 만들었다. 
여기에 출연 배우들의 작가를 향한 평이 애청팬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조성하는 "처음 맞는 전성기보다 행복한 것은 '왕가네 식구들'을 통해 얻은 사람"이라고 말했고, 이윤지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광박이,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고 전했다. 문영남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 오현경은 이 드라마를 통해 값진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연출을 맡은 진형욱 PD는 "내가 연출한 작품 중 최고의 팀워크를 보인 드라마다"라고 밝혔다. 배우들의 연이은 갑자스런 하차로 잡음이 끊이지 않던 '오로라 공주'와 비교되는 면모다.
국내 드라마계에서 문제적 작가로 불리는 임성한, 문영남이 비슷한 시기 둘 다 차기작들을 내놓으며 그 성과가 비상한 관심을 끌었었다. 두 사람의 행보는 일면 닮은 듯 했지만 확연히 차이가 났다.  
한편 '왕가네 식구들'은 오는 16일 마지막회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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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식구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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