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의 색깔은 금(金)이 아닌 은(銀)이지만, 그래도 심석희(17, 세화여고)는 최선의 레이스를 펼쳤다. 심석희가 자신의 주종목 1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쇼트트랙 여왕'으로서 대관식을 잠시 미뤘다.
심석희는 15일 오후 9시 (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릴 2014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전에서 2위를 차지하며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금메달은 저우양(중국)이 가져갔다.
심석희는 동료 김아랑과 함께 결승에 임했다. 라이벌은 중국의 저우양과 리지안러우였다. 준결승에서 조2위를 차지하며 힘을 아낀 심석희는 막판 레이스에서 선두를 질주했다. 하지만 2바퀴를 남기고 저우양에게 선두를 내주고 말았고, 저우양은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심석희는 자타공인 1500m 최강자다. 1000m와 함께 1500m에서 최고의 레이스를 펼친다. 1500m 월드컵 세계랭킹 1위, 1000m 세계랭킹 1위에 빛나는 심석희는 이 종목에서 세계가 첫 손에 꼽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시니어 데뷔 이후 월드컵 시리즈 10개 대회 연속 금메달 행진을 이어간 심석희는 1500m에서만 9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단 한 번 금메달을 내준 것도 서울 목동에서 열린 2013-2014시즌 월드컵 2차대회에서 김아랑(19, 전주제일고)이 우승했을 때다.
하지만 첫 번째 올림픽에 너무 많은 기대를 짊어진 것이 독이 됐다. 여유롭게 선두로 달리던 심석희는 저우양에게 1위를 내주고 망연자실,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단순히 금메달을 놓쳤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시니어 데뷔 후 최강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1500m에서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가장 자신있었던 종목이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제2의 전이경, 진선유로 불리는 심석희는 유망주 시절부터 검증받은 그 폭발적인 잠재력으로 '차세대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려왔다.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에서 당당히 15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관식을 치르길 원했을 심석희는 그 소망을 조금 뒤로 미루게 됐다. 아직 심석희에게는 1000m와 3000m 계주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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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