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을 포함한 포괄적 육성 프로젝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SK의 ‘야심작’이 큰 성과와 함께 마무리됐다. 겨우 내내 괌과 사이판을 오고간 재활선수들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구단을 흐뭇하게 했다. 구단의 과감한 투자, 그리고 선수들이 흘린 땀이 합쳐진 결과는 희망이라는 두 글자였다.
김경태 재활코치와 이병국 컨디셔닝코치가 인솔한 SK 사이판 재활캠프가 15일 끝났다. 지난 1월 15일 사이판으로 출국했던 8명(이승호 엄정욱 윤길현 전병두 이명기 이재원 한동민 오수호)은 한 달여간의 재활 훈련을 마치고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김경태 코치는 캠프를 마무리하면서 “모든 선수들이 좋은 페이스를 보였다. 구단에서 많은 투자를 했는데 선수들의 회복이 빨라 투자 이상의 성과를 낸 것 같다”고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이 선수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이승호 엄정욱 전병두는 장기간 재활에 매달린 선수들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부상이 크지 않지만 올 시즌 1군 즉시 전력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선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때문에 구단도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괌 재활캠프를 실시한 것에 이어 사이판 재활캠프까지 차리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괌 재활캠프가 12월 3일부터 시작됐으니 중간에 한국에 잠깐 들어와 재활을 계속한 시간을 합치면 무려 75일의 ‘재활 대장정’이었다. 사실 구단은 당초 괌 재활캠프만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따뜻한 괌에서 재활선수들의 훈련 효율성이 급격하게 향상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류선규 SK 홍보·육성팀장은 “괌 재활캠프의 효과와 연속성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예정에 없던 사이판 재활캠프를 급히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비용은 부담이 됐다. 당장 훈련장 찾기가 별따기였다. 이 선수들이 훈련할 곳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1군 전지훈련이 열리는 플로리다나 오키나와에서 본진과 함께 움직이면 됐다. 지금까지는 SK도, 다른 구단들도 대부분 이런 방식을 썼다. 하지만 SK는 오직 재활조를 위한 캠프를 따로 마련했다. 재활훈련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안이었다. 아무래도 본진과 같이 움직이면 조바심에 오버페이스를 할 수도 있다는 것까지 고려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지난해 말 팔꿈치 수술을 받은 윤길현, 그리고 어깨 부상 경력이 있는 오수호는 이제 연습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 상태까지 올라왔다. 김 코치는 “윤길현은 광저우에 가서 조금만 더 적응하면 연습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시범경기 등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년간 등판 경력이 없는 이승호 역시 포수를 앉혀놓고 80~90%의 힘을 무리 없이 쓸 수 있는 단계까지 회복이 된 상황이다. SK 재활캠프의 최대 모범생으로 손꼽힌다.
이재원 이명기 한동민이라는 야수 영건 3인방도 사이판에서 페이스를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세 선수 모두 정상적인 타격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더 완벽하게 몸 상태가 올라왔다. 이르면 시범경기, 늦어도 시즌 초반 출전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병두 등 나머지 선수들도 차분히 이번 재활캠프 일정을 소화하며 올해 복귀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 선수들이 재활 대장정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8명은 16일 SK 퓨처스팀(2군) 전지훈련이 열리고 있는 중국 광저우로 출국한다. 사이판보다는 아니지만 한국보다는 따뜻한 광저우에서 계속 몸만들기에 매진한다. 재활이 끝난 선수들은 2군에 합류해 연습경기에도 출전한다. 박경완 퓨처스팀 감독도 이 선수들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을 모두 짜놓았다. 궁극적으로는 올해 안에 모든 선수들이 다 돌아오는 것이 목표다.
이런 경과에 구단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FA 한 명을 영입하는 데 몇 십억 원을 쓰는 시대다. 그런 상황에서 8명의 선수들이 적어도 1~2달씩만 더 빨리 돌아올 수 있어도 남는 장사라는 것이 구단의 계산이다. 완벽하게 재활이 되면 향후 부상 위험성이 줄어드는 것도 무형적인 가치다. 올해 재활캠프의 성과를 몸으로 실감한 SK는 내년에도 이런 기조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SK가 장기적인 시선으로 하나둘씩 팀을 고쳐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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