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가 빠져 나간 SK의 리드오프 고민이 생각보다 일찍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대체자로 낙점된 김강민(32)이 시작부터 맹타를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며 올 시즌 활약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강민은 올해 SK 전지훈련에서 부동의 리드오프로 활약 중이다. 미 플로리다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부터 꾸준하게 1번 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서도 김강민의 자리는 변하지 않았다. 14일과 15일에 걸쳐 열린 한화와의 연습경기 2연전에서 모두 선발 중견수 및 리드오프로 출전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사실상 이만수 감독의 낙점을 받은 모습이다.
14일 경기에서는 1타수 무안타였다. 하지만 사구와 볼넷 하나씩을 얻어내며 두 차례 출루를 기록했다. 출루가 덕목인 현대 리드오프의 기준에 따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15일 경기에서는 방망이가 폭발했다. 1회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이동걸로부터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4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우익선상 2루타로 또 한 번 장타를 생산했다.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의 맹활약이었다.

이처럼 김강민은 플로리다 캠프부터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부상 여파로 훈련 출발이 늦었던 지난해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전지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이 시즌 초반 부진까지 이어졌는데 올해는 건강한 몸으로 전지훈련에 임하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 45경기에서 타율 3할2푼5리, 9홈런, 31타점으로 대폭발했던 그 기분을 이어가는 듯한 인상이다. 정근우의 이탈로 근심이 가득했던 이만수 감독도 김강민의 활약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리드오프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짧게 치려고 의식하는 등 변화를 주지 않기로 했다. 김강민은 “타격 매커니즘에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대신 리드오프의 임무가 출루인 만큼 출루율에 좀 더 신경을 쓰겠다는 게 김강민의 생각이다. 김강민은 “내가 출루를 해야 팀의 전술이 시작된다는 마음으로 이미지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히며 리드오프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붙박이 리드오프는 김강민에게도 큰 도전이다. 김강민도 1번을 친 적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1번이 자기 자리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마음가짐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김강민이 해줘야 한다. 팀 내 사정 때문이다. 이제 SK 타자 중 김강민만큼 1번 경험이 많은 선수는 없다. 2007년 이후 708타석을 소화했는데 이는 같은 시기 활약한 박재상(433타석)이나 조동화(128타석)보다 훨씬 많다.
이명기가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은 재활 중이다. 빨라야 시범경기부터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컨택 능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명기지만 역시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컨디션과 경험, 그리고 동기부여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김강민의 방망이에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연 김강민의 SK의 리드오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전임자’와 같이 FA 시장에서 상종가를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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